노조리스크에 경영불확실성↑..전동화 기지 매력 없어진 한국
GM·르노그룹 투자 대신 축소 공언하기도
잦은 노조위원장 선거, 무리한 공약 남발 부추겨
전동화에도 생산기지 선택 못받는 한국지엠·르노삼성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외국계 업체 CEO들이 작심하고 투자 애로사항을 성토한 데는 매년 반복되는 노사갈등으로 대표되는 경영불확실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외투 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61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 역시 3534대로 유일하게 17.9%로 줄었다. 경쟁력이 잃고 있지만, 르노삼성 노동조합(노조)은 1~2일 이틀간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노조는 이미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가결이 된다면 즉각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코로나 위기에도 파업 선택 한국지엠·르노삼성‥본사서도 ‘경고’
외투기업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CEO들이 한국 시장에 투자를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로 공통되게 꼽은 것은 ‘노조리스크’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위축이 된 가운데서도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는 둘 다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해 사측과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및 추가로 400만원을 합쳐 약 2000만원가량의 성과급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노조는 결국 15일간 잔업·특근 거부 및 부분파업에 나섰다.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수출 호조였던 한국지엠은 파업에 따른 8만5000여대 생산손실로 턴어라운드 직전 좌초됐다.
르노삼성 노조는 파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노사갈등이 극에 치달았다. 르노 본사가 닛산 로그 물량 종료 이후 수출 물량 배정 조건으로 ‘노사 화합’을 주문했지만, 노조는 거꾸로 협상력을 높이겠다며 민주노총 가입 투표를 강행했다. 무엇보다 수출 물량이 끊기며 지난해 해외판매가 전년 대비 347.9% 줄었지만,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및 위로금 700만원 지급을 고수했다. 사측이 영업손실이 확실시된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르노삼성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2020년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코로나19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노사갈등이 또다시 반복되자 본사에서도 경고에 나섰다. 한국지엠은 본사인 GM과 협의하에 부평 공장 투자 관련한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를 선언했고, 르노그룹은 새 경영전략 ‘르볼루션’을 발표하며 수익성 강화 지역으로 부산공장을 지목했다. 국내 점유율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하기보다 사실상 투자 축소를 예고한 것이다.
‘매년 협상·잦은 선거’ 경영불확실성 초래‥전동화 기지 매력↓
한국의 노조리스크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경영 불확실성을 더욱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노사분규는 각 완성체 업체별로 △현대자동차(005380) 16년 △기아(기아차(000270)) 19년 △한국지엠 11년 △쌍용자동차(003620) 9년 △르노삼성 4년 등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많은 노사분규 횟수는 미국 GM과 독일 폭스바겐이 2개년이다.
국내 노사분규가 유독 많은 것은 노사관계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매년 임단협, 2~3년 주기 잦은 노조위원장 선거 등의 환경은 집행부의 투쟁전략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잦은 노조위원장 선거는 노조 내 계파간 선명성 경쟁과 표를 얻기 위한 과도한 공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과 GM 등은 신차 개발 기간 주기에 맞춰 노조위원장의 임기를 4년으로 정하는 등 경영안정화를 위한 장치를 구축해 놓고 있다. 더 나아가 임단협 역시 4~5년 단위로 체결한다.
노사갈등에 따른 경영불확실성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본사의 전동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생산기지로 낙점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GM이 2025년 말까지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모델 30여종을 출시한다는 선언에도, 현재 창원공장에서 생산할 신형 준중형 CUV 외에는 신차 계획이 전무하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출시된 XM3 외에는 신차 소식이 없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 출시계획은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과 달리 부품 수가 현격히 줄어 전기차 시대에서 한국 노동시장은 매력이 전혀 없다”며 “고임금에 잦은 노사갈등이라는 상황에서 외투기업들은 투자할 가치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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