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선별·보편 동시지원" 제안에.. 홍남기 "못한다" 정면충돌

서영지 2021. 2.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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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피해계층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모두 담은 4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며 당정이 정면충돌했다.

이 대표 ‘전국민 지급’으로 왜 입장 선회했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겠다.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해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은 두텁게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불과 2주 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론에 대해 “방역에 집중할 때”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과 다른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모든 도민에게 지역 화폐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입장이 달라진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이 추진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손실 보상 제도화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손실보상의 법적 근거를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소상공인보호법 개정안, 특별법 제정 등에서 어디에 둘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선거 전 추경안을 편성해 선별과 보편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지원금을 지급하고 싶어한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받는데 긍정적인 답변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홍남기 반발… “보편·선별 모두 하는 것은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워”

문제는 정부의 반발이다. 기재부는 이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언급하자마자 강하게 반발했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가 국회연설을 한 지 4시간여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결정 시 정책의 필요성, 합리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정책 결정에 비용(cost)이 따르고 제약이 있다는 점도 늘 기억해야 한다”며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 재정 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또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지금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한창이고 3월이 돼야 마무리된다. 최근 방역상황도 방역단계 향방을 좌우할 경계점인데, 2차 추경편성은 이를 것으로 판단되고 필요시 3월 추경 논의가 가능할 듯 보인다”고 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홍 부총리가 보편과 선별지원을 동시에 하는 방안에 난색을 보이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 ‘선거지원금’이라며 비판… 청와대·총리실은?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치고 나가는 당과 달리 청와대와 정세균 총리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불가피한 것 같다. 추진한다면 지금은 소비 진작을 할 때가 아니기 때문에 좁고 두텁게 가야 한다”며 선별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4차 지원금을 늦지 않게 지급하자는 데는 공감대가 있지만, 규모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부터는 당정 간에 견해 차이가 있다. 기재부는 (선별과 보편지원을) 병행해서 하는 건 규모가 커지니까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도 당·정·청 회의에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의 참석자는 “청와대는 당과 기재부의 중간 입장 정도로 보면 된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 확산의 추이도 고려 대상이다. 전국민 지원은 소비활동 진작에 초점에 두는 방안인 탓에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지급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이 대표가 연설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전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 적절한 단계에서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정부, 청와대와 충분히 논의한 뒤 3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4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2차 긴급 선거 지원금’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4차 재난지원금 문제는 1·2·3차 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해서 ‘꼭 필요한 곳에, 재원 범위 안에서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말을 지키는 범위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노지원 장나래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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