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 신호 받아 뇌 염증 억제하는 '성상교세포 무리' 발견

한기천 2021. 2. 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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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성상교세포(astrocyte)는 표면에서 뻗어 나온 많은 돌기 때문에 별처럼 보인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퀸타나 박사는 "장 미생물의 제어를 받아 항염 작용을 하는 성상교세포 서브셋을 발견한 것 자체로 중추신경계 염증과 그 조절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라면서 "장 미생물의 제어 여부를 확인해야 할 다른 성상교세포 서브셋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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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 사멸 유도로 염증 차단, 관련 단백질 2종도 확인
미국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 연구진, 저널 '네이처' 논문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에서 유래한 성상교세포 [뉴욕 줄기세포 재단 연구소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성상교세포(astrocyte)는 표면에서 뻗어 나온 많은 돌기 때문에 별처럼 보인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원래 성상교세포는 신경세포(뉴런)에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신경세포의 이온 농도 조절 및 노폐물 제거, 손상된 신경 조직의 복구 또는 파괴 등 대체로 이로운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성상교세포가 뇌 신경의 퇴행과 염증, 신경 질환 등을 촉발한다는 게 밝혀졌다.

예컨대 성상교세포가 독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과산화수소는 신경세포 파괴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장(腸)에 상주하는 미생물의 신호를 받아 염증 억제 작용을 하는 성상교세포 무리가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보스턴에 소재한 이 병원은 하버드 의대의 주요 수련병원 가운데 하나다.

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발견에 관심이 쏠리는 건, 뇌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성상교세포와 장 세균을 연결하는 새로운 항염 경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프란치스코 퀸타나 박사는 "성상교세포의 일부 무리이긴 하지만 염증 방지 작용이 입증된 건 처음"이라면서 "지금까진 성상교세포를 하나의 단일 세포 유형으로 봤는데 이젠 서브셋(subset·부분집합) 차이를 구분할 정도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메스꺼움 반응 뉴런 혈관(녹색) 내 독소를 탐지해 메스꺼움 반응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GLP1R 뉴런(적색) [하버드의대 Chuchu Zhang, Stephen Liberles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연구팀은 초정밀 유전자·단백질 분석 도구를 이용해 성상교세포 서브셋을 확인했다.

뇌막(腦膜·meninges)에 근접해 있는 이 성상교세포 무리는 다른 세포의 죽음을 유도하는 두 종류의 단백질, 즉 LAMP1과 TRAIL을 발현했다.

이 성상교세포 무리가 중추신경계(CNS)의 염증을 막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LAMP1과 TRAIL 단백질이, 염증을 촉발하는 T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면 이것이 CNS의 염증 억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가위로 수없이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TRAIL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 인터페론-감마를 찾아냈고, 이어서 장의 미생물이 인터페론-감마 신호를 유도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런 LAMP1+TRAIL+ 성상교세포의 항염 기제와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면, 다발성 경화증 같은 불치성 신경 질환을 치료하는 길이 열릴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퀸타나 박사 연구팀은 이미 성상교세포의 항염 작용을 조절하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장의 유익균 탐색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또한 특정 유형의 뇌종양이 이 LAMP1+TRAIL+ 경로를 이용해 면역 반응을 피한다는 걸 시사하는 데이터도 확보했다.

퀸타나 박사는 "장 미생물의 제어를 받아 항염 작용을 하는 성상교세포 서브셋을 발견한 것 자체로 중추신경계 염증과 그 조절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라면서 "장 미생물의 제어 여부를 확인해야 할 다른 성상교세포 서브셋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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