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떼' 보려고 불법 산행? 탐방로 열리면 다녀오세요
충주 악어봉 풍경 여행 vs '깊은산속옹달샘' 마음 여행
대규모 토목공사는 필연적으로 자연 파괴를 동반한다. 댐이 생기면 물길이 바뀌고 지형이 변한다. 주민들의 삶터가 물에 잠겼는데 호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하고 평온하다. 그리고 이런 건 어떠냐는 듯, 댐이 없었으면 보지 못했을 풍경을 불쑥 내놓는다. 최근 충주의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른 악어섬과 악어봉이 대표적이다.
물은 산으로 스며들고 산은 호수로 헤엄친다. 등고선을 따라 가늘어진 산허리가 악어 떼가 호수로 자맥질하는 모양처럼 보여 언제부터인가 악어섬으로 불리는 지형이다. 자못 이국적이면서도 신비하다. 충주댐이 완공된 건 1985년이지만, 이 모습이 알려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조망 지점까지 가는 등산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리 고백하자면 악어봉이라 불리는 산꼭대기까지 ‘불법 산행’을 감행했다. 시작 지점은 충주 살미면 호반도로(월악로) 변에 위치한 어느 카페다. 가파른 산길을 몇 발짝 옮겼을까. 월악산국립공원에서 설치한 무인 감지 시스템에서 즉시 하산하라는 경고 방송이 흘러나온다. 경고가 무색하게도 이어지는 산길은 무수한 발걸음에 닳고 닳아 있었다. 불법이라는 심리적 부담 외에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길이 아주 가파르고, 일부 구간은 낭떠러지에 바위가 날카롭게 드러나 있어 위험하지만 안전 시설은 전혀 없다.
단 하나의 풍경, 오로지 정상만 바라고 가는 등산이기 때문에 산행의 즐거움도 생략된다. 보통은 힘들면 쉬어가고,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숲의 기운을 만끽할 테지만 이 길에선 거의 모든 과정을 건너뛸 수밖에 없다. 헉헉거리며 정상에 오르면 사진으로 보던 그 풍광이 발아래 펼쳐진다. 나무랄 데 없는 장관이지만, 인증 사진을 찍고 나면 그걸로 끝이다. 여유 있게 쉬기엔 터가 좁고 코앞이 절벽이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다행히 충주시는 올 연말까지 8억원을 들여 악어봉에 이르는 0.9㎞ 구간에 탐방로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월악산국립공원 측이 야생생물 보호구역을 일부 변경하면서 가능해졌다. 계획에 따르면 진입로 부근에 육교를 놓고, 탐방로에는 로프, 덱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꼭대기에는 악어섬 전망대를 조성한다. 괜히 ‘불법’이라는 심리적 부담을 안고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연말에 마음 편히 가기를 권한다. 그때쯤이면 코로나19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충주에는 풍광 못지않게 마음 치유에 좋은 여행지도 있다. 지난달 28일 갑자기 불어 닥친 소낙눈에 온 세상이 하얀 고요에 빠졌다. 절간도 아닌데 ‘뎅그렁~’ 풍경소리가 찬 공기를 가른다. 얼었던 몸에 생기가 돌고, 허둥대던 마음도 잠시 평온을 찾는다. 충주 노은면에 ‘깊은산속옹달샘(이하 옹달샘)'이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명상치유센터로 한국관광공사와 충청북도가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한 시설이다.
자주봉산과 매방채산 사이 약 23만㎡(7만평)의 아늑한 계곡에 여러 채의 명상 건물이 들어 앉았다. 옹달샘은 ‘마음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걷기 명상이다. 시간도 방향도 목표도 내려놓고 묵묵히 숲길을 걷다가 징소리와 함께 잠깐 멈춰 서서 자연의 소리,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소리 명상’은 파장과 진동으로 몸과 마음을 깨우는 명상법이다. 뇌에서 각 장기로 진동이 퍼져 나가며 생체리듬을 살린다. 특히 ‘싱잉볼 명상’이 인기다.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뜻의 티베트 전통악기인 ‘싱잉볼’의 울림은 뇌파를 안정시키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 자체 생산하는 제철 재료로 조리한 건강 밥상도 인기다.
‘하루명상’ ‘잠깐멈춤’ ‘단식명상’ ‘꿈꾸는 부부학교’ ‘화려한 싱글학교’ 등 시간대와 연령별로 다양한 명상 강좌를 운영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실내 프로그램은 중단된 상태다. 대신 온라인으로 명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옹달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충주=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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