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착취 수사, 피해자 고려 안 해..특례법 제정해 막아야"

이보라 기자 2021. 2. 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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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 근절안' 온라인 토론

[경향신문]

‘염전 노예’ ‘잠실야구장 노예’ ‘사찰 노예’…. 잇단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 수사가 피해자의 장애와 취약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채 이뤄지며 가해자 처벌 수위도 낮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익변호사와 장애인권 활동가로 구성된 ‘울력과 품앗이 프로젝트’가 2일 온라인 생중계한 ‘장애인 노동착취 근절을 위한 수사 및 처벌의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주언 변호사는 “(장애로) 진술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수사가 이뤄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관련법상 발달장애 피해자가 조사를 받을 때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도록 돼 있지만 이 규정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조사할 때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거나 가해자와 분리해야 사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 또는 전담 사법경찰관이 발달장애인을 조사 또는 심문하도록 규정돼 있는 제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기관이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에서 피해자의 장애에 따른 취약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갈 곳 없는 피해자에게 숙식을 제공했다”와 같은 가해자의 변명을 인정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착취 현장으로 데려다 준 사람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은 노동착취에 그치지 않고 폭행, 감금, 약취·유인, 준사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에 해당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통합적으로 사안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사기관은 유사 사건들에 법 적용을 일관되게 하지 못했다.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에서는 가해자인 고물상 업주에게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퇴직급여법 위반 등을 적용했고, 사찰 노예 사건에서는 폭행죄로 약식기소했다가 뒤늦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등으로 다시 기소했다.

참석자들은 가해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주요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 10건 중 7건이 불기소 처분됐다. 기소된 3건 중 판결이 선고된 것은 2건이다. 염전 노예 사건은 광주지법 해남지원이 2014년 가해자가 10여년간 노동력을 착취했음에도 임금 미지급에 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가 수사로 가해자에게 준사기·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가 추가돼 광주지법이 2017년 2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프로젝트 참여 변호사들은 “장애인 노동착취는 현대판 노예제다.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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