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령지진 2025년 발령..日 '잃어버린 20년' 전철은 숙명인가
불과 4년전 고령사회 됐는데
韓,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유례없는 속도로 늙어가는 중
노인 의료비, 전체 절반 육박
건보 적립금도 3년 뒤엔 고갈
文케어 겹쳐 국가부채 눈덩이
밑빠진 독에 물붓는 방식 안돼
일본 반면교사 삼아 대책 수립
건강수명 늘릴 예방의학 중요
◆ MK 포커스 ◆
이 때문에 국내 인구구조의 항아리모형에 속하는 1955~1963년 베이비붐 세대(약 723만명·전체 인구의 15%)가 늙기 전에 '2025 건강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거덜날 공산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은 사전적 의미로 '나이가 들어서 늙은 사람'이지만 의학적으로 '생체기능이 떨어져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노화의 중심에 선 사람'이다. 고령인구 증가는 의료비 지출로 이어져 '초고령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의 전철을 밟고 있는 일본 사례를 보면 의료비 지출 및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져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약 30%에 달한 일본은 한 해 예산이 100조엔(약 1000조원)이라면 국민의료비는 40조엔(약 400조원)에 달해 매년 천문학적인 국채를 발행해 건강보험료를 메우고 있다.
65세 이상이 일본의 절반(15%)인 우리나라는 정부 예산이 470조원(2019년 기준)이었을 때 건강보험재정은 약 86조원이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매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하지만 15%가 채 안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보장률(64.2%·2019년 기준)이 일본(약 80%)보다 낮아 정부 부담이 적지만 인구 고령화와 함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케어'가 실현되면 '의료비 지출 확대→건강보험 재정적자 확대→국가부채 증가→국가경쟁력 저하'로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일본에서 벤치마킹한 것으로 정부 재정지원, 기업·직장·지역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된다.
따라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이어 급증하는 노인 인구는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시대'의 서막이 열릴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일본에 닥친 잃어버린 20년의 근본적인 이유를 '인구 고령화'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의료비·연금·사회복지비 지출을 비롯해 소비지출을 줄인 고령인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80대를 웃돌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낀 일본 노인들이 지갑을 닫고 집안에 현금을 쌓아두면서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일본은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때마다 늘어나는 사회보장비(의료비·연금)와 고령화에 따른 경기침체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국가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겨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1994~1995년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0%대에 불과했지만 1998~1999년 100%를 넘어섰다. 이어 일본은 2005년 65세 이상이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후 급증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2012~2013년 GDP의 200%를 돌파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국가부채가 GDP 대비 48.4%에서 2024년 6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재정수지 적자가 계속되면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리면 국가부채가 일본처럼 급증할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부양책으로 국가부채가 250%를 넘겼다. 그러나 한번 풀린 브레이크는 제어할 동력을 잃었다. 계속 늘어가는 고령인구와 그에 따른 국민의료비, 연금, 복지비 등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건강보험재정은 43조엔(2019년 5월 기준)인데, 이 중 37%(16조1000억엔)를 75세 이상 초고령층이 사용한다. 일본은 의료비가 전체 사회보장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초고령화로 일본은 사회보장비가 2018년 정부 예산을 훌쩍 넘는 121조3000억엔에서 2025년 140조엔, 2040년 190조엔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초고령화로 국가재정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자 '노인'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편안하게 안방에 모시는 게 효도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하는 게 최고의 복지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노인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곳(톨게이트, 안내소 등)에서 시간제로 계속 일하면 건강을 되찾고 이는 결국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져 국가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또한 공무원이나 직장인은 정년을 65세까지 늘리고 본인이 희망하면 70세까지 일하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를 정부가 도입했다. 의료도 치료 중심의 대증(對症)요법에서 예방의학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마을마다 근력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를 설치해주고 피트니스 이용권을 끊으면 구입비용을 지원해준다. 일본 보건당국은 의료비 지출의 3분의 1이 생활습관병과 관련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인 당뇨병의 경우(2016년 기준) 합병증이 없으면 연간 5만엔이 소요되지만, 중증의 신부전증이 생기면 50만엔, 투석·인슐린주사 등이 필요하게 되면 575만엔이 지출된다.
일본 정부가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기대수명은 84.2세로 우리나라(83.3세)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차이가 일본은 남성 8년, 여성 12년이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13년이다. 이는 한국인의 경우 70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그 이후로 병치레를 하면서 골골하게 살다가 83세 언저리에서 죽는다는 얘기다.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이 일본과 비슷해지면 사회·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11년 '2025 모델'에 이어 최근 '2035 모델'을 만들어 고령사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고령 쓰나미(age-tsunami)'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넋 놓고 있는 우리나라에 고령지진의 파장은 예측 불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정책의 급조에 능하다. 그러나 초고령화 대책은 길고 치밀한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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