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패러다임도 달라졌다..국가 책임서 지역 책임으로, 병원 중심서 환자 중심으로

이병문 2021. 2. 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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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환자부담 늘리는 수가 혁신
원격의료 가능, 왕진 年1000만건
한국 '지역 통합돌봄' 5년 뒤 시행
원격의료·왕진은 의사 반발 여전

◆ MK 포커스 ◆

가파른 고령화는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령 국가 일본은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개선해 환자의 본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건강관리 주체는 국가책임제에서 지역책임제로, 환자 치료는 요양·재활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역포괄케어시스템(지역중심 의료·케어)과 재가(在家)케어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지역포괄시스템은 노인 의료와 복지를 국가에만 맡기지 않고 지자체와 지역 공립병원이 맡아 고령자의 집이나 복지종합시설에서 죽을 때까지 안심하고 사람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원스톱 의료와 함께 건강증진, 재택케어, 재활, 복지·노인요양 등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용어는 1967년 히로시마현 미쓰기 공립종합병원장에 취임해 50년 넘게 경영한 야마구치 노보루 명예 원장이 처음 만든 것으로 2012년 제도화되어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2018년 11월 일본판 지역포괄시스템인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 기반을 2025년까지 구축해 2026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개호(장기요양)보험 수가와 의료보험 진료수가를 혁신해 수익자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일본은 연간 국민의료비가 2019년 43조엔에서 2040년 68조5000억엔으로 급증하고, 이 기간 동안 65세 이상 1명을 부양하는 인구가 2.1명에서 1.5명으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70세 이상 의료비의 본인 부담을 연 수입 약 4000만원(370만엔) 이상이면 30%로 확대했다. 원격진료도 2018년 4월부터 전격 도입했다. 일본은 전국에서 한 해 1000만건 이상 진료가 환자의 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진료는 동네 의원(1차 의료기관)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왕진서비스도 복수의 의료기관이 협력해 365일 24시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쪽 주치의가 왕진을 가기 힘들 경우 제휴한 병원 의사가 대신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병원 중심·중앙정부 중심의 건강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왕진과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하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부모의 3분 진료를 위해 생업에 종사하는 자녀는 휴가를 내고 지방에서 서울로 KTX를 타고 동행해야 한다. 전 국민이 의료비 외에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급성기 환자는 치료를 마친 뒤 '재활난민'으로 전락한다. 제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는 가정 및 사회 복귀가 늦어지고 오랫동안 후유증 장애로 고생하게 된다. 일본은 웬만한 중소도시 병원이라도 노인이 입원하면 고도급성기(수술 및 응급치료), 급성기, 아급성기(회복기 재활·완화케어), 만성기가 연계되어 중단되지 않고 물 흐르듯이 한 병동에서 통합된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된다. 병원 중심이 아니라 병동 중심으로 전환한 덕분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학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를 끝내면 환자와 가족이 쫓겨나듯이 퇴원해 회복 또는 재활을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난민처럼 떠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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