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든 말든".. 코로나로 승객 줄었는데 폭언·폭행 피해는 늘어

안승진 2021. 2.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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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4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 승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하철을 이용했고 역사 직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7월 13일에도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서울 지하철 5호선에 출동한 한 직원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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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50대 남성 A씨가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 2명의 목을 조르거나 신고 있던 슬리퍼로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내가 마스크 쓰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지난해 8월 4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 승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하철을 이용했고 역사 직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직원은 새 마스크까지 준비해 승객에게 착용을 요청했으나 승객은 욕설을 하며 이를 거부했다. 승객은 머리로 직원의 얼굴을 때렸고 직원은 입천장이 찢어지는 등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13일에도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서울 지하철 5호선에 출동한 한 직원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은 마스크를 써달라고 안내했으나 해당 승객은 자신의 자유라며 이를 거부했고 재차 직원이 착용을 요구하자 폭행까지 이어졌다. 해당 승객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 지하철 승객 지난해 27.4% 줄었는데 폭언·폭행 피해는 74% 증가

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역 직원에게 발생한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총 176건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승객 수는 전년에 비해 27.4% 감소했으나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되레 증가했다. 감정노동 피해 건수는 2018년 62건에서 2019년 101건, 지난해 176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서울 지하철 역사 내 홍보 스티커 부착 사진. 서울시 제공
특히 지난해는 마스크 착용 안내와 관련한 피해가 늘었다. 피해 직원 176명 중 28명(16%)이 승객에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폭언·폭행을 당했다. 취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도 55명으로 많았다. 지난해 4월 자정쯤 서울역의 한 직원은 “지하철이 왜 벌써 끊겼냐”고 항의하는 취객을 상대하다 폭행을 당했다. 질서문란 단속 과정에서 피해는 40명, 부정승차 단속 과정에서 피해 19명, 노숙인 단속 과정에서 피해 6명, 기타 피해 28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 마스크 착용 불응해도 직원들은 과태료 처분 못 내려…지난해 69명 심리상담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지하철 신고 건수는 매달 1만여 건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마스크 미착용 신고가 처음 이뤄진 지난해 8월 2만3928건의 신고가 있었고 △9월 1만7500건 △10월 1만3951건 △11월 1만4917건 △12월 1만1880건 △올 1월 1만74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직원들은 승객이 마스크 착용에 불응해도 직접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서울시는 마스크 미착용자가 착용에 불응할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실제 과태료는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서 적발할 때만 부과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승객이 마스크를 안 써도 역사 직원은 퇴거조치만 안내할 수 있다”며 “폭행이 발생해도 경찰을 부르는 과정에서 피해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종로3가 역사 직원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승객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2월 ‘감정노동보호전담TF’를 신설해 감정노동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직원 69명이 심리상담을 받았고 27명이 치료비 지원을 받았다. 338명은 승객의 폭언·폭행에 따른 고소를 위해 전담직원 경찰서 동행 및 전화상담 등 지원을 받았다. 공사는 직원들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홍보스티커를 역에 부착하는 등 홍보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보건환경처장은 “서울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인 만큼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감정노동의 빈도와 강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직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였으나 여전히 감정노동 피해 사례가 발생 중이다”라며 “공사도 제도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시민 고객들께서도 고객과 마주하는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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