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시민단체 활용해 '7시간 조사' 막으려 했다
朴 청와대, 해수부에 '특조위' 위법사례 수집 요청
수집한 정보 시민단체에 제공해 '감사청구' 시도
놀란 검찰 "실제로 이런 계획 가능한가" 되묻기도
실행되지는 않아..정관주 "어려워서 못 했다"
특조위가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려 하자 정권 차원에서 시민단체를 동원해 이를 막으려 한 셈으로, 이 같은 정황은 재판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1일 이병기 전 비서실장‧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의 '세월호 특조위 방해 사건' 3차 공판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의 진상조사 활동 대응 차원에서 수립한 계획들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여기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통해 특조위 활동 가운데 위법‧부당한 사례를 수집한 뒤 이를 시민단체에 넘겨 감사를 청구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런 내용은 이날 재판 증인인 정관주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에 대한 신문과정에서 다뤄졌다. 정 전 비서관은 세월호 특조위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방침을 주무부처인 해수부에 전달한 '메신저' 역할을 한 인물이다.
검찰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제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정 전 비서관은 2015년 11월 무렵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지시를 받고 윤학배 해수부 전 차관에게 특조위의 위법 사례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전 비서관은 윤 전 차관에게 해당 사례를 시민단체에 전달하고 이들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 또한, 증인신문에서 "감사자료를 챙겨달라고 한 적은 있다"며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했다. 그는 "문건에 민간단체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는데 어떤 의미냐"는 검찰 질문에 "자료에 대한 논리가 정리되면 그걸 민간단체 쪽으로 제공해서 감사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이에 놀란 검찰이 "문건을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묻는다. 실제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건가. 가능한가 싶어서, 놀라워서 묻는다"고 재차 질문하자 정 전 비서관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있으니 문건이 나왔겠죠"라고 답변했다. 그는 "대통령의 행적조사에 대한 대응방안이었던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서라고는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도 진술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도 이 내용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상대방인 윤 전 차관 측 변호인은 "감사청구 관련 결국 업무의 주관부서는 해수부가 아닌 정무수석실이 맞지 않느냐"며 책임은 결국 정무수석실에 있다는 취지로 정 전 비서관에게 질문했다.
당시 해수부는 청와대 방침대로 취합한 특조위의 위법 사례를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시민단체에 전달되지는 않았고 감사청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실행하기가 어려워서 못 했고 현기환 당시 수석이 다시 챙겨서 물어보지 않아 (계획은) 그대로 끝났다"며 "우리가 통상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계획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아닌 실제 이행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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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canbestar3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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