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한집 당 1명 의무검사.. 확진 1명 찾는데 7600만원 들었다

배준용 기자 2021. 2. 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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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률 0.02% 그쳐..전문가들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방역"
지자체 곳곳서 "1가구 1조사"..정부는 "지자체 권한" 방관

지난달 26일부터 경북 포항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1가구 1인 코로나 전수검사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1일까지 약 15만3000여명이 전수 검사에 응한 결과 확진자는 30명이 나왔다. 포항시 관계자자는 “30명 중 12~13명이 전수검사에서 확진됐고, 나머지 17~18명은 이들 확진자와 접촉한 가족들”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포항시처럼 별다른 역학 근거 없는 무작위 전수검사는 효과적이지도 않고 예산 낭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전수검사는 서울 동부구치소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을 중심으로 역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며 “포항과 같은 무작위 전수검사는 확진자를 많이 찾지도 못하고, 사회경제적 비용과 예산 낭비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2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시청 앞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연합뉴스

◇확진자 1명 찾는데 7600만원 소모

포항시는 5명의 검체를 혼합해 검사하는 ‘풀링(Pooling)’검사 방식으로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 풀링검사는 1회 단가가 7만5000원이다. 이를 두고 따져보면 15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약 3만600회의 풀링검사가 이뤄졌고, 검사비만 22억9500만원 가량이 소모된 것이다. 확진자 1명을 찾는데 검사비 7650만원을 소모한 셈이다. 여기에 검사를 받으러 온 주민들의 대기 시간 등 기회비용과 검사소 운영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주민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검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시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포항 내에 숨은 감염자가 많은 것으로 판단해 전수검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검사에 든 비용은 국비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검사 인력은 대부분 공무원이고 병원들의 자발적인 지원이 있어 인건비는 크게 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일 생활권인 나라에서 지역 간 이동이 계속 이뤄지는데 이런 전수검사로는 확진자를 모두 찾아낼 수도 없고, 찾아내더라도 또다른 감염자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북 순창군에서도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숨은 감염자'를 찾겠다며 임시선별검사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주민 2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검사가 이뤄졌다. 이에 주민 9200여명이 전수검사에 응했지만 확진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포항시는 1가구 1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까지 내려 논란이 더 커졌다. 포항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아침 일찍 검사소에 갔더니 검사키트가 떨어져서 다시 집에 돌아왔다” “추운 날씨에 몇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모여 줄을 서는게 더 위험하지 않느냐” 등 포항시의 전수검사 강행을 비판했다.

◇무작위 전수검사, 의심신고 검사보다 양성률 크게 떨어져

무작위 전수검사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은 양성률(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비율)로도 확인된다. 의심신고로 인한 검사는 보통 1~3%의 양성률이 나오는 반면 무작위 전수 검사의 양성률은 0.1~0.3% 내외 수준이다. 최근 3일간(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 국내 코로나 진단 검사에서 의심신고에 대한 검사 양성률은 0.6%, 1.27%, 1.3%를 보였는데, 같은 기간 수도권 임시선별 검사소의 양성률은 0.1%, 0.3%, 0.14%에 그쳤다. 지난 1일까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총 148만건의 검사가 이뤄져 이중 4279명 확진돼 양성률은 0.28%다.

포항시의 전수검사 양성률은 0.02%로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의 양성률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마상혁 부회장은 “이미 코로나가 국내 지역사회에 풍토화된 이상 전수검사 방식으로 지역 내 환자를 ‘0′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지자체장들이 무리한 전수검사를 남발하며 방역에 철저한 듯한 인상을 풍기려고 하지만, 실상은 예산만 낭비하고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비용만 유발하는 포퓰리즘 방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도 ‘설연휴 전 1가구 1검사' 캠페인 강행…정부는 방관

문제는 이런 무작위 전수검사가 곳곳에서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최근 시에서 ‘설 연휴 전 1가구 1조사' 캠페인을 벌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도 지자체장들이 앞다퉈 무작위 전수검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전수검사를 강행한 순창군과 포항시는 ‘주민 전수 검사에 대해 전문가에 자문을 구했느냐'는 본지 질의에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을 뿐, 어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답변은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자체의 무작위 전수검사에 대해 “각 지자체장이 검사에 대한 행정명령을 또 내릴 수도 있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기 때문에 그 지역, 지자체의 상황에 따른 조치들을 아마 하는 것은 별 문제는, 법적으로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강제성을 띠느냐 캠페인성으로 하느냐는 차이가 있는데 그 부분은 지자체 쪽에서의 판단이 우선적으로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그런 문제(무작위 전수검사)에 대해서도 저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효과성을 높이면서 제한된 검체 채취 역량, 또 검사 역량을 효율적으로 잘 쓸지에 대해서는 전략과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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