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무진들은 '전수조사'까지 고려했는데.."당연히 비밀"

백인성 2021. 2. 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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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9%에 이릅니다.

원전 비중을 당장 확 낮출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써야겠죠. 그럼 원전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KBS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원전에서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설비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연속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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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무진들은 '전수조사'까지 고려했는데…

KBS는 어제(1일) 뉴스9에서, 국내 원전에 설치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에 결함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보고서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수소제거장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한 핵심 안전 장비인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8년 실험을 통해 수소 제거량이 예상의 30~60%에 그치는 등
장치 성능이 구매 규격에도 못 미치는 걸 확인했습니다. 심지어 원전 중대사고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서는 촉매 가루가 불티가 돼 날리면서 사고 위험이 더 커지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설계 변경같은 별도 조치 없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냈습니다. 그럼 한수원은 정말 장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KBS가 당시 보고서 결재 과정 등을 취재해봤더니,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당시 실무진들이 실험 결과와 관련해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국내 원전에 상당수 설치된 수소제거장치는 정상 작동이 어려워 보인다"는 평가가 들어 있었습니다. 또, 전체 원전 수소제거장치에 대한 '전수조사'를 후속 방안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실험 결과를 받아든 실무진이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실험해서 걱정을 만들었다"…"당연히 비밀"

하지만 윗선의 생각은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실험에 이어 장치 제조사와의 재실험까지 끝낸 2019년 5월, 한수원에서는 수소제거장치 실험 결과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상급자는 "실험을 해서 걱정을 만들었다", "당연히 비밀"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를 짓자"고 말했습니다.

실험 결과를 은폐·축소하려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오늘 밤 9시 뉴스에서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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