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 전면 무상교육 실시를
2021. 2. 2. 16:36
지역 인재 지방 대학 진학 강력한 유인책으로 지역발전도 도모
2024년 ‘정원 미달’ 9만명 전망
이에 대비한 대학 구조조정도 이미 일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입정원은 6만1000명 감축됐는데 전체 감축 인원의 76%인 4만6000명이 지방대학에서 줄었다. ‘지방대 죽이기’란 반발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꾸고 평가 항목과 기준을 개선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방대학들은 정책적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사회적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2024년엔 대학 진학자가 40만명을 밑돌 전망이고, 9만명에 달하는 ‘정원 미달’이 발생한다. 이는 정원 5000명 정도의 중규모 대학 기준으로 20개 가까운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추세로 볼 때 그 슬픈 운명은 지방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거점국립대 보다 서울의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쏠리는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의 주요 재정지원사업인 BK21플러스 사업의 경우 서울 주요 사립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4000억원을 지원받은 반면 거점국립대는 2900억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학생 1인당 교육비 또한 거점국립대학은 서울 주요 대학의 78% 수준에 불과하다(2020년 9월 26일자 경향신문 참조). 입시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니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운동장은 감당 안 될 정도로 넓어지고만 있다.
이 기울기를 제대로 잡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문재인 후보는 고등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약속하고 ‘국립대학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후 거점국립대 집중육성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가 됐으며, ‘국립대학 육성사업(이전 국립대학 혁신사업)’의 예산을 이전 정부에 비해 약 7배 수준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학의 위상은 지난 정부에 비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국가 경제력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한 지역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현실을 변화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국가의 활력 유지와 발전 동력의 확대를 위해 국가 고등교육 전략의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집중육성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발전 전략의 방향도 여기서 출발했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인데, 국립대학 육성사업 등의 예산 증액 정도로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위기감을 가지고 정책의 방향을 수립했지만 적절한 정책 수단과 충분한 자원이 동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의 목표치 자체가 모호하다. 일례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립대 지원 확대 정책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인 모습과 목표조차 제시된 바가 없다.
소요 예산은 1조4000억원 추산
만약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우수한 교육환경의 혜택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고, 졸업 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의 목표치는 이러한 선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졸업 이후 취업, 정주 여건, 미래전망 등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효과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가장 빠르게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정책으로 국립대학 전면 무상교육을 제안한다. 국립대학 무상교육 정책은 여러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먼저 지역의 인재가 지방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우수 학생이 적극적으로 지방으로 분산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지방에 소재한 국립대학에 우수 인재가 유치된다면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 등과 조화하여 지역 내 인재 채용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론 수도권 과밀의 문제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
국립대학 무상교육은 새로운 제안도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연간 평균 419만원인 39개 국립대의 등록금을 210만원으로 인하를 공약한 바 있고, 정의당 역시 국립대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립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약 1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정책 설계에 따라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신생아 수의 급속한 감소를 반영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국립대학 무상교육 예산으로 전환하는 방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국가균형발전 사업 예산의 일부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점진적으로 무상교육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한발 더 나아가 입시제도의 개편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보편성을 위해 입학 단계에서 무상교육의 범위를 넓히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경쟁의 원리를 도입해 학생들이 안주하지 않도록 학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입의 과도한 경쟁을 줄일 수 있고, 진학 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립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효과가 클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고등교육의 보편적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대학 입학 후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보다 높은 학문적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재정 투입으로 지방과 중앙의 균형 발전, 교육복지 확대라는 시급한 정책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정책에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 있다. 이 나라가 서울만의 나라가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이 위기감을 가지고 검토해야 할 때이다.
김영록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주간경향]
지난해 태어난 아이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다. 합계 출산율 0.84명으로,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계속되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다. 학령인구도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지난 1월 11일 마감된 2021학년도 지방 소재 대학의 정시 경쟁률은 사상 처음으로 3 대 1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던 거점국립대학의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 강원대 3.59 대 1, 경북대 3.11 대 1, 경상대 3.41 대 1, 부산대 3.24 대 1, 전남대 2.70 대 1, 전북대 3.17 대 1, 충남대 3.30 대 1, 충북대 4.27 대 1 등으로 정시 평균 경쟁률이 3 대 1에 머물렀다. 고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더 적은 추세가 지속되면 간극은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다. 합계 출산율 0.84명으로,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계속되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다. 학령인구도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지난 1월 11일 마감된 2021학년도 지방 소재 대학의 정시 경쟁률은 사상 처음으로 3 대 1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던 거점국립대학의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 강원대 3.59 대 1, 경북대 3.11 대 1, 경상대 3.41 대 1, 부산대 3.24 대 1, 전남대 2.70 대 1, 전북대 3.17 대 1, 충남대 3.30 대 1, 충북대 4.27 대 1 등으로 정시 평균 경쟁률이 3 대 1에 머물렀다. 고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더 적은 추세가 지속되면 간극은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2024년 ‘정원 미달’ 9만명 전망
이에 대비한 대학 구조조정도 이미 일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입정원은 6만1000명 감축됐는데 전체 감축 인원의 76%인 4만6000명이 지방대학에서 줄었다. ‘지방대 죽이기’란 반발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꾸고 평가 항목과 기준을 개선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방대학들은 정책적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사회적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2024년엔 대학 진학자가 40만명을 밑돌 전망이고, 9만명에 달하는 ‘정원 미달’이 발생한다. 이는 정원 5000명 정도의 중규모 대학 기준으로 20개 가까운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추세로 볼 때 그 슬픈 운명은 지방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거점국립대 보다 서울의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쏠리는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의 주요 재정지원사업인 BK21플러스 사업의 경우 서울 주요 사립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4000억원을 지원받은 반면 거점국립대는 2900억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학생 1인당 교육비 또한 거점국립대학은 서울 주요 대학의 78% 수준에 불과하다(2020년 9월 26일자 경향신문 참조). 입시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니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운동장은 감당 안 될 정도로 넓어지고만 있다.
이 기울기를 제대로 잡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문재인 후보는 고등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약속하고 ‘국립대학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후 거점국립대 집중육성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가 됐으며, ‘국립대학 육성사업(이전 국립대학 혁신사업)’의 예산을 이전 정부에 비해 약 7배 수준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대학의 위상은 지난 정부에 비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국가 경제력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한 지역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현실을 변화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국가의 활력 유지와 발전 동력의 확대를 위해 국가 고등교육 전략의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집중육성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발전 전략의 방향도 여기서 출발했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인데, 국립대학 육성사업 등의 예산 증액 정도로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위기감을 가지고 정책의 방향을 수립했지만 적절한 정책 수단과 충분한 자원이 동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의 목표치 자체가 모호하다. 일례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립대 지원 확대 정책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인 모습과 목표조차 제시된 바가 없다.
소요 예산은 1조4000억원 추산
만약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우수한 교육환경의 혜택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고, 졸업 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의 목표치는 이러한 선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졸업 이후 취업, 정주 여건, 미래전망 등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효과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가장 빠르게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정책으로 국립대학 전면 무상교육을 제안한다. 국립대학 무상교육 정책은 여러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먼저 지역의 인재가 지방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우수 학생이 적극적으로 지방으로 분산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지방에 소재한 국립대학에 우수 인재가 유치된다면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 등과 조화하여 지역 내 인재 채용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론 수도권 과밀의 문제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
국립대학 무상교육은 새로운 제안도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연간 평균 419만원인 39개 국립대의 등록금을 210만원으로 인하를 공약한 바 있고, 정의당 역시 국립대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립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약 1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정책 설계에 따라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신생아 수의 급속한 감소를 반영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국립대학 무상교육 예산으로 전환하는 방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국가균형발전 사업 예산의 일부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점진적으로 무상교육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한발 더 나아가 입시제도의 개편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보편성을 위해 입학 단계에서 무상교육의 범위를 넓히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경쟁의 원리를 도입해 학생들이 안주하지 않도록 학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입의 과도한 경쟁을 줄일 수 있고, 진학 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립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효과가 클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고등교육의 보편적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대학 입학 후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보다 높은 학문적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재정 투입으로 지방과 중앙의 균형 발전, 교육복지 확대라는 시급한 정책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정책에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 있다. 이 나라가 서울만의 나라가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이 위기감을 가지고 검토해야 할 때이다.
김영록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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