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프리즘] 프로야구 '신세계'는 있을까 / 김양희

김양희 2021. 2. 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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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김양희

스포츠팀장

‘에스케이(SK) 와이번스’가 야구사에 박제된다. 2000년 한국 프로야구 구원투수로 등장한 지 21년 만이다.

와이번스 매각은 충격파가 남다르다. 매각 과정이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잉태했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자생력이 떨어진다. 모그룹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모기업 없는 히어로즈 같은 구단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모그룹은 산하 기업별로 일정 금액을 갹출해 야구단에 광고비 명목으로 연간 200억원 안팎을 지원한다. 해마다 입장수입, 중계권 수입이 늘고 있지만 선수단 몸값도 리그 규모에 맞지 않게 급등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구단 수입이 줄어 모그룹만 쳐다보는 신세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는 야구단 시설 등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꿨다. 베어스 구단은 12월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경기도 이천 2군 훈련장 베어스 파크를 담보로 290억원을 빌렸다. 자이언츠 구단은 롯데캐피탈에 고정금리 3.3%의 이자율로 50억원을 2년 동안 차입했다. 그룹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아 나름 궁여지책을 짜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세계그룹 이마트(이하 신세계)가 야구단을 샀다. 강화도 2군 훈련장 시설 및 부지 가격(352억원)을 제외하면 야구단 자체 가치는 ‘1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스타필드를 필두로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쳐 사업 확장을 노리는 신세계는 일찌감치 야구계를 기웃거렸다. 군침을 흘릴 만한 마케팅 타깃이 야구장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2020년 4월 발행한 ‘2019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특정 기간 야구장을 찾은 관중 1만499명을 조사한 결과 14살 이상부터 39살까지 관중 비율이 75.6%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번 매각에서 주된 시선은 ‘신세계’가 아니라 ‘에스케이’로 쏠린다.

과거 삼미, 청보, 태평양, 쌍방울, 해태, 현대 등의 야구단은 모그룹 재정난으로 팔렸다. 하지만 에스케이그룹은 건재하다. 에스케이는 매각 이유에 대해 “아마추어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한국 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지원’에 기여하겠다”라고만 밝혔다. ‘최태원 회장의 변심’에 대해 운운하면 “아니다”라고 부인한다.

스포츠단 매입·매각에서 그룹 오너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단 존립이 그룹 오너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야구단 예산과는 무관하게 회장님 ‘한마디’에 자유계약(FA) 선수에게 거액을 안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캐피탈에서 돈을 빌리는 자이언츠 구단은 올해 ‘본사의 의지’로 이대호에게만 16억원을 쥐여준다. 어떤 구단은 그룹 오너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전력상 차순위였던 선수와 계약했다. ‘회장님의 공놀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회장님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그룹 지원은 줄고, 종국에는 매수자를 찾게 된다.

사실 신세계도 불안하다. 과거 광주 연고의 여자농구단을 운영하다가 별 이유 없이 팔았다. 에스케이처럼 경영난과는 무관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 안착 등 스포츠단을 통한 실익은 다 챙겼다는 계산에 따른 해체라는 시각이 분분했다. 신세계는 인천 터미널 백화점이 롯데에 넘어가면서 현재 송도 포함, 인천 상권이 많이 약화된 상태다.

에스케이와 신세계는 ‘인천 야구 명맥 유지’ 등을 강조하지만 그저 공허하다. 한국시리즈 우승 4회 등의 ‘와이번스’ 전통과 역사는 사라진다. 구단주가 바뀌어도 ‘다저스’ 등 이름은 살아 있는 외국과는 다르다. 에스케이는 신세계에 최소한 ‘와이번스’라는 이름은 남겨달라고 할 수 없었을까. 에스케이는 현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하이닉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누군가는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만년 적자의 구세계 유물, 야구단에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다만 ‘쓱’ 왔다가 ‘쓱’ 가지는 말기를. 슈퍼스타즈, 핀토스, 돌핀스, 유니콘스, 와이번스 유니폼을 품은 인천 야구팬의 상실감은 이미 크니까.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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