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G7이 되는 날 [편집실에서]

2021. 2. 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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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1996년 12월 12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던 날이 기억납니다. 신문과 방송은 “드디어 우리가 선진국클럽에 들었다”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정말, 그때만 해도 금세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성장률이 10%에 달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당시 OECD 가입은 김영삼 정부가 정권의 치적을 쌓기 위해 추진했던 무리수였습니다. 한국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했고,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경상수지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게다가 GDP 1만달러를 지키기 위해 환율방어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1997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주 의미 있지만, 조용히 지나간 뉴스 하나가 있습니다. 경제전문매체인 블룸버그통신은 1월 26일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최초로 주요 7개국(G7) 수준에 진입한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로 성장률이 크게 후퇴한 이탈리아를 제칠 것이 확실시된다는 것이지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간단히 언급은 했습니다만 외신이 이 시점에서 기사화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은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게스트국가로 초청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1인당 GNI가 G7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 모임에 들어갈 수 있는 외적 자격을 갖추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75년 만들어진 G7은 1976년 캐나다, 1997년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를 추가한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러시아는 경제적 의미라기보다 정치적 의미가 컸습니다. G7은 세계경제 방향과 각국 간 경제정책조정을 하기 위해 결성됐지만, 최근에는 국제정치 현안까지 함께 다룹니다. 그래서 OECD와는 차원이 다른 선진국의 ‘찐모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G7 정식회원국이 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논의에 훨씬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G7의 한국 끌어들이기가 순수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동맹우선주의(Alliance-first)’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더해 민주주의 10개국(D10)을 만들어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습니다.

진의가 무엇이든 25년 전 OECD 가입 때와 달리 G7에서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것을 주목합니다. ‘한한령’으로 우리를 압박했던 중국도 최근 급격히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속에서도 한반도 정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훗날 오늘을 우리는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요. 국내 정치싸움에 집중하다가도 가끔은 밖을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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