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공존 AI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접근 필요"

유제광 동국대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 소장 2021. 2. 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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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TP 발간 인공지능 기술청사진 2030 요약②/지능 고찰]

(지디넷코리아=유제광 동국대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 소장)국내 정보통신(ICT)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난해 12월 21일 '인공지능 기술청사진 2030 2차 연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을 21개 소분류로 구분해 기술 및 시장 동향과 프로젝트 현황, R&D 이슈, 기술 완성도 등을 담았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보고서를 다섯차례 나눠 게재한다. 첫 회는 기술청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2회는 자연지능과 인공지능 연계 등 지능 고찰을, 3~4회는 학습지능과 감성지능 세부 동향을, 5회는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다룬다. 2회는 유제광 동국대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 소장이 대표 집필을 했다. <편집자주>

'인공지능 기술청사진 2030'은 차세대 인공지능 연구개발의 국가수준 로드맵을 제시했다. 딥러닝 이후를 고려한 새로운 기술분류 체계와 그에 따른 주요한 R&D 이슈들을 다뤘다. 

유제광 교수

이번 회는 '인공지능 기술청사진 2030'의 기술분류 체계와 연구문제 도출의 기본 원리가 되는 '지능맵(Map of Intelligence)'을 개관했다. 지능맵은 자연지능(Natural Intelligence) 고찰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새롭게 분류한 '통합 지능(Unified Intelligence)' 체계다. 지능맵을 통해 자연지능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고찰하고, 자연지능과 협력하기 위해 차세대 인공지능이 갖춰야 할 주요 능력과 연구개발 방향 설정에 고려할 사항을 제안했다.

지능의 중요성

인간은 지능을 발휘해 환경에 적응하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왔다. 오늘날 인류가 누리는 거의 모든 것은 이러한 지능적 행위를 통해 성취한 것이다. 인간 지능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핵심 요소로 인간 지능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가능케 한다.

인공지능 연구는 이러한 인간 지능을 모델링하는 것이며, 그 결과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고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지능이 필요한 곳에서 인간을 대신해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자연(인간)지능은 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있는 모델(원형)을 제공하며, 인공지능은 자연지능의 지능적 행위에 관한 고찰을 토대로 지능적 행동을 구현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자연지능을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적으로 분석하고 자연지능의 구성 원리에 대한 기초적인 설계도를 제공, 인간 존재의 근본적 이해를 위한 기본 토대를 제공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연구와 자연지능 연구는 상호보완적 관계고, 인간 지능을 이해하고 인간 지능을 모사해 활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 지능을 증강하고 인간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자연지능 정의 및 특징

자연지능(또는 생물학적 지능)은 인간 및 동물이 주어진 과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이전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인간 또는 동물이 주어진 과제를 환경적 특성에 맞게 수행할 때, 우리는 ‘지능적 행동’이라고 표현한다. 많은 연구에서 지능적 행동에 뇌인지 기능의 원활한 작용이 필수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의 뇌인지기능에 관한 연구를 통해 지능적 행동의 기전이 부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인간 지능 연구는 인지과학, 인지심리학, 신경심리학, 인지신경과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폭넓게 수행되고 있다.

<아래 표>는 그 중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신경심리학의 인지기능 분류와 인지심리학의 다중지능 분류체계를 소개했다. 인지기능 분류(신경심리학)는 뇌의 손상과 인간 행동의 관련성 연구에서 출발, 다양한 지능적 행위에 관한 체계적인 분류체계를 제공한다.

다중지능 분류(인지심리학)는 하워드 가드너가 제안한 것으로, 인간지능을 구성하는 독립적인 여러 능력을 식별하고 이를 체계화했다. 두 가지 분류체계 모두 인간 마음과 뇌에 관한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본고에서 제안하려는 자연지능과 인공지능 연계를 위한 이론적 프레임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위에 제시한 인지기능 및 지능 분류 외에도 감정을 생성하거나 이용해 사고를 촉진시키는 능력, 감성발달과 지적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등을 포함하는 감성지능도 인간의 지능적 능력에 포함하는 관점이 존재한다. 감성지능은 타인과의 효과적 공동작용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하며, 인공지능이 성취해야 할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자연지능 주요 연구동향

이 절에서는 최근 인지신경과학 분야에서 이뤄진 지능적 행동의 뇌신경 메커니즘의 주요 연구 동향을 간략히 소개한다. 차세대 인공지능의 방향 및 주요 이슈 도출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자연지능 연구 자료를 수집했고, 인지기능과 다중지능 분류체계를 참고해 감각 및 지각 지능, 기억 및 학습 지능, 운동 지능, 언어 지능, 추론 및 판단 지능, 집행기능, 정서 및 사회인지, 뇌인지발달 등 8개 주요 분야로 재구성했다. 각 기능별 주요한 뇌 영역 및 신경네트워크들 및 인공지능 기술과의 유사성 및 관련성은 다음과 같다.

감각 및 지각에는 일차감각 영역에서 담당하는 다양한 감각의 처리 및 두정엽과 측두엽 등에서 일어나는 다중감각의 통합 등이 포함된다. 기억 및 학습에는 해마, 소뇌, 편도체, 기저핵 등의 뇌영역이 관여하며 강화학습, 메타학습 등이 관련된다.

운동 지능에는 수의적 신체 조절을 담당하는 주운동 피질과 의도 및 사회적 맥락 등을 파악하기 위한 두정엽 및 측두엽이 관여한다. 언어 지능에는 브로카 영역, 베르니케 영역 등 주로 알려진 언어 중추 및 측두엽 등이 관여하며, 인공지능 복합대화처리기술이 관련된다.

추론 및 판단에는 연역추론 및 귀납추론 등의 신경처리과정을 위한 전전두엽 및 두정엽의 신경네트워크가 관여한다. 집행기능에는 인지적 통제, 주의력, 유동지능 등에 관여하는 전전두엽 및 대상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신경영역이 관련된다.

정서 및 사회인지에는 정서 생성 및 인지과정에 관련된 편도체 등의 뇌영역과 사회적 능력에 관여하는 내측전두피질을 포함한 신경네트워크가 관여하며, 에이전트간 협업 및 교감형 인공지능 기술등이 관련된다.

뇌인지발달은 유전, 환경 및 교육 영향으로 전생애에 걸쳐 뇌의 구조 및 기능이 변화하는 역동적 현상이며, 인간 영유아 수준 지능을 구현하려는 뇌인지발달모사 기술이 관련된다.

자연지능의 뇌지도(Brain Map) 연구동향

인간뇌 연결체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 HCP)는 2009년부터 시작된 미국국립보건원의 신경과학 연구 청사진 프로젝트로 인간 뇌기능의 기반을 이루는 신경회로지도(Neural Network Map)를 밝히려는 연구 프로젝트다.

작년말 현재 총 1200여명의 뇌영상 데이터와 분석 파이프라인을 공개했고 특히 2016년 여러 종류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데이터를 이용해 대뇌의 구조적, 기능적 속성을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전체 대뇌영역을 360개 구획으로 나누는 뇌지도 구축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현재까지 구축한 뇌지도들 중 가장 정밀하고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HCP에서 추구하는 인간뇌 연결체학(Brain Connectomics)은 치매, 조현병과 같은 뇌질환연구와 인간 사고와 감정, 그리고 행동을 만들어 내는 신경정보처리 이해를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연(인간)지능과 비교로 살펴본 인공지능 특징

자연(인간)지능과 비교하면 인공지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우선, 환경 속 분리된 개체인 인간 지능과 달리 인공지능은 환경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필요에 따라 환경과 통합해 기능할 수 있다.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제공되는 정보에 적응하거나 이를 수용함으로써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지만, 인공지능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포함되어 있는 무수한 센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에이전트들을 조작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 인공지능은 자연지능과 달리 절대적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보유할 규범적 지능의 토대가 되는 특성이며, 집단지능, 군집지능(행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지능'(가칭)을 가질 수 있어 다중 에이전트 간 동시적 정보교류 및 연합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인공지능은 초월적인 방식으로 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래의 인공지능은 실세계 문제를 자연지능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자연지능과 협력해 해결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연지능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계한 지능맵 개요

이 절에서는 차세대 인공지능 R&D 전략수립을 통해 도출한 인공지능 기술(23개 소분류 기술)과 자연지능(인간지능 및 뇌인지기능)을 상호 연관지은 지능맵(Map of Intelligence)의 개요를 소개한다.

차세대 인공지능은 실세계에서 인간과 협력하며 인간을 초월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고도의 지능들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 구조 및 기능을 모사하는 요소기술을 우선 개발하고, 자연지능과 기계지능의 장점을 통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능맵은 지능적 행위를 특징으로 하는 인간지능의 구조를 기준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을 분류하고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을 포괄하는 '통합 지능(Unified Intelligence)'의 체계를 제시한 것으로, 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의 조화 및 협력을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한다.

차세대 통합 지능을 위한 자연(인간)지능-인공지능 발달과정 이해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개발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인간 수준 인공지능 구현이다. 자연(인간)지능의 발달과정을 모사하는 인공지능(뇌인지발달모사 AI) 개발은 인간 수준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 필요한 단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감각(시각, 청각, 촉각 등), 기억과 학습, 사고 및 의사결정, 언어 및 운동 등의 인간 뇌인지 기능이 출생 전후의 시기로부터 영유아기 및 청소년기 등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발달하는 것에 착안한 것으로, 뇌인지발달 연구와 이에 대한 모사(Simulation) 기법 개발은 스스로 학습하고 보다 유연하게 환경에 적응하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결론

현재의 인공지능은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으며, 향후 길지 않은 시간에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더 큰 기술적 진보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간과 협력하고 공존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접근 방법을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특히, 딥러닝 중심의 현재 인공지능이 획기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연지능과 연계한 통합 지능의 형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공지능분야와 자연지능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차세대 인공지능을 향해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은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왜 차세대 인공지능 R&D를 추진해야 하는지, 또 앞으로 인공지능 R&D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부분부터 깊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가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통해 현재 기술의 한계를 돌파하는 인공지능 원천 R&D를 추진하고, 인공지능이 실질적인 산업의 혁신과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는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덧글: 이 글에서 소개하는 지능맵의 작성을 위해 많은 분들이 수고해주셨다. 혹여나 미진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이 글을 정리한 필자의 잘못이다. 통합 지능이라는 구상은 아직 미약하고 그 성공 가능성도 불분명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지닌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지혜를 모아 머지않아 보다 나은 인공지능 로드맵이 그려지기를 바란다.

유제광 동국대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 소장(ryujk@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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