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아들 특전사 차출 보도에 '딴지' 거는 이유
특전부사관·장교, 특전병 하는 일 전혀 달라… 관련 보도 오해 소지 있어
[미디어오늘 문현호 대학생 기자]
지난해 12월21일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아들 군입대 소식을 알렸다. 나 전 의원은 군 입대 전 머리를 짧게 자른 아들을 안아주는 사진과 함께 “오늘 아침 제 아들은 논산 육군훈련소로 떠났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엄마 된 사람으로서 당연히 훈련소 앞까지 바래다주고 싶었지만, 패스트트랙 재판으로 서울 남부지법으로 향하는 중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넘은 지난 1일 더팩트는 <[단독]나경원 아들, 軍 특전사 차출…“대견하면서도 걱정”>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더팩트 보도를 시작으로 중앙일보, 헤럴드경제 등 여러 매체에서도 결이 같은 보도가 줄줄이 나왔다.
가장 먼저 기사를 낸 더팩트는 나 전 의원의 아들 김모씨가 특전병으로 차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나온 중앙일보의 기사도 더팩트와 제목은 물론 내용 또한 비슷했다. 중앙일보 기사를 살펴보면 '특전사는 육군에서도 훈련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다. 유사시 적진에 침투해 게릴라전을 벌이거나, 수색·정찰, 인질구출 등 비정규전을 수행한다. 한국에 간첩이 침투했을 경우에도 대간첩작전을 통해 간첩 소탕 임무를 주도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 “특전사는 부사관이 주된 부대이고 일반병은 전투병이 아니라 지원병이기 때문에 특전사가 아니라 특전병이라고 부른다”며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김씨가 차출됐다는 특전병은 우리가 흔히 아는 고강도의 훈련과 함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와 같은 것일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특전사령부는 특전부사관, 장교, 병으로 구성되어 있어 특전병도 특전사로 불리기는 한다. 하지만 특전병은 우리가 통상 아는 특전사와는 거리가 있다. 고강도의 훈련을 받고 특수전을 벌이는 것은 부사관과 장교들이 수행하는 것으로 특전병이 하는 일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의 아들 김씨가 속한 특전병은 특수전 임무가 아니라 취사·수송·행정·정비 등 '지원업무'를 맡는다. 김씨가 특전병으로 차출됐다고 해도 특전사 간부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전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군 관계자는 “게릴라전이나 대간첩 작전 수행은 특전병이 아닌 간부들로 이뤄진 특전사 팀이 수행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부사관이나 장교들과 업무가 전혀 다른데 특전병은 주둔지 내에서 지원업무만 한다”며 “특수전 훈련이나 작전에 투입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간부와 사병이 한 팀을 이뤘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전·현직 특전사 간부들도 특전병과 특전사 간부는 완전히 다르다고 증언했다. 현직 특전사 간부 A씨는 “통상 특전사는 특수전 임무를 받고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특전병은 초병, 의무병, 취사병, 운전병 같은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전병 전입 시 공수훈련은 받지만, 특수전 훈련은 특전사(간부)만 받는다”면서 “통상 말하는 특전사는 특전부사관과 장교를 의미하는 것이고, 특전병과 훈련 강도 차이는 극과 극으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직 특전사 간부 B씨도 “특전사는 간부 위주이기 때문에 일반 병사는 주로 지원 임무 보직을 받아서 일한다”면서 “보통 지원 병사들은 통신, 정비, 수송, 식당, 경비 등의 보직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작전 나가는 쪽은 대대 소속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사들의 제목과 본문을 보면 특전부사관과 특전병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김씨가 특전사에 차출됐고 특전사는 게릴라전, 대간첩 작전을 수행한다는 식의 보도 탓에 특전사 소속 김씨가 마치 특수 임무를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런 차이를 알았다면 구분해줬어야 했다. 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 '나경원 홍보성 기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 누리꾼은 김씨의 특전사 차출 보도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언론사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자 선거운동 해주는 느낌이 든다. 찍어주면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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