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실종, 전통시장 한산.."가족들도 못 모이는데, 누가 와"

오진영 기자 2021. 2. 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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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끼리도 못 모인다는데 누가 설날 음식을 사가겠어."

서울 오장동 중부시장에서 건어물을 팔고 있는 김태영 씨(84)는 장사 52년 만에 이런 설 대목은 처음이라고 했다.

경동시장을 찾은 이정숙씨(80)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훨씬 가격이 저렴해 버스를 타고 왔다"며 "자식들이 설연휴에는 못 온다고 해 평소의 절반 정도만 구매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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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오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

"가족들끼리도 못 모인다는데 누가 설날 음식을 사가겠어."

서울 오장동 중부시장에서 건어물을 팔고 있는 김태영 씨(84)는 장사 52년 만에 이런 설 대목은 처음이라고 했다. 새벽 2시에 나와 가게 문을 열었지만 정오까지 판 것은 3만원어치가 전부다. 김 씨는 "사람들이 지나다녀야 물건을 팔 텐데 아예 오질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설연휴까지 연장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족모임 자체가 줄어들면서 설 대목을 앞두고도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설 대목만 기다렸는데…전통시장 덮친 '코로나19 한파'
서울 아침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던 2일 오전 찾아간 서울 중구 중부시장은 한산했다. 상인들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건어물·과일·젓갈 등 명절 음식을 늘어놓았지만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은 시장을 통틀어 10명도 넘지 않았다.

30년 넘게 젓갈을 판매해 온 최상례씨(69)는 "코로나19 이후 매출도 절반으로 떨어지고 집세도 5달째 밀렸다"며 "한 달에 400만~500만원 하는 임대료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설 대목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찾아온 사람이라고는 물건값 받으러 온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남대문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손님이 제일 몰리는 점심시간에도 상인들은 "손님은 커녕 사람 자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려는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던 남대문시장은 점심 식사를 배달하는 사람만 오갔다.

남대문시장에서 10년째 과일을 팔고 있는 이모씨(50)는 "원래 설날을 앞두는 점심시간이나 아침에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오늘은 1명도 안 왔다"며 "선물세트를 들여놔도 팔리지 않을까봐 아예 가져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제수용품도 안팔려…"4인가족 먹을 과일만 사요"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중부시장의 모습. / 사진= 오진영 기자

이날 오후 찾아간 동대문구의 경동시장 상인들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밤, 대추, 곶감 등 제수용품이 큰 바구니에 쌓여있었지만 손님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쳤다.

경동시장에서 곶감과 건어물을 판매하는 경완수씨(64)는 "원래 설 대목을 앞둔 시기에는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서로 비키라며 싸우는 게 정상"이라며 "집합금지로 제사도 안 지내고 가족도 안 모이니 제수용품도 안 사간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 결과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25만1844원으로 대형마트(32만 265원)에 비해 6만 8421원 저렴했다.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장바구니는 예년보다 가벼워졌다. 경동시장을 찾은 이정숙씨(80)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훨씬 가격이 저렴해 버스를 타고 왔다"며 "자식들이 설연휴에는 못 온다고 해 평소의 절반 정도만 구매했다"고 했다.

중부시장에서 만난 정모씨(53)도 "지난해엔 과일과 북어포 등 제수용품을 구매했는데 올해는 제사가 취소돼 살 필요가 없다"며 "4인 가족이 먹을 과일만 조금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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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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