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발언으로 예측해 본 주택공급 대책
■ 새해에도 뛰는 집값 잡을 묘책 나올까?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지난주 평균 0.33% 올랐습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전주 0.42%에서 0.46%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울과 인천은 각각 0.09%와 0.35% 올랐습니다. 숫자만 달라진 오름세가 여전합니다.
해가 바뀌어도 치솟는 집값에 정부도 방향을 틀었습니다. 전방위적인 규제 정책을 고수하기보다는 숨통이 트이도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부터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2021년 1월 5일 국무회의 )
"정부는 기존의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있어서 특단의 대책 마련하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 2021년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
■ 제도가 '돕고' 대통령이 '미는' 변창흠표 주택공급
지난해 수차례 쏟아져 나온 주택 대책에 대한 배신감과 피로도가 큽니다. 그만큼 시장 면역력도 강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이라고까지 예고한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의 주택 공급 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죠.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서울 도심에서도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주택과 함께 충분한 생활인프라를 확보하여
품질 높은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2021년 1월 5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 온라인 간담회
소규모지만 역세권 등을 활용한 주거환경 보장된 공급. 이번에 발표될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판은 깔렸습니다. 서울 지하철 인근 100곳의 일반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면 역세권 복합용도 계획에 따라 용적률이 종전 최대 400~500%에서 최대 700%로 완화되고 일조권, 채광 등을 이유로 제한했던 아파트 높이 규제도 2배 완화돼 고층 주택 공급이 가능해집니다. 지난달, 이런 내용을 담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현재 지구단위계획 중 역세권에 주거·상업 등의 기능을 결합한 복합용도개발이 가능한 개발 유형이 있지만 준주거·준공업·상업지역에만 지정할 수 있어 역세권의 일반주거지역에는 적용할 수 없다보니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대상에 일반주거지역을 포함했습니다.
또, 역세권에서 복합개발을 하면서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로 상향할 땐 이를 예외적으로 700%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준주거지역에서 용적률을 높이는 데 일조권 규제 적용에 문제가 없도록 건축법상 채광 등의 확보를 위한 높이 제한을 최대 2배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서울시 지하철 인근 100여 곳이 일반주거지역 인근에 있어 이들 지역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개정안은 이르면 4월 말부터 시행될 전망입니다.
여당 쪽에서도, '개발 이익의 공공화'라는 것이 단순히 임대주택 수를 늘리겠다는 게 아니라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LH 등 공공 주택기관이 시행사로 들어가고 임대 비율을 줄여 속도를 내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무게가 더 실립니다.
"신규 공급되는 주택은 국민들이 원하는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입지여건 등을 고려하여 혼합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1월 5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 온라인 간담회
정부가 내놓은 건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입니다. 용적률 등 상한으로 해주되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등 일정 비율로 맞춰야 합니다. 재건축 등을 통해 분양 아파트 물량을 늘리면서 그 안에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등을 섞어 내놓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지금까지, 공공재개발은 후보지 8곳이 선정됐고 공공재건축은 사전 컨설팅에 7곳이 참여했습니다.
시장도 호응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정부의 계산과 달리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공공개재발 핵심지역으로 꼽혔던 흑석2구역에서 벌써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재개발 추진위원회에 용적률 450%를 적용해 천 310가구를 짓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층수는 최대 40층,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시세의 60~65% 정도로 잡아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추진위는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주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며 용적률은 600%, 층수는 최고 50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분양가도 너무 낮아 공공재개발을 하지 않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았을 때와 차이가 없다며 공공재개발을 통한 실익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공공재건축 상황은 심각하죠. 강남 은마아파트는 사전컨설팅에 참여했다가 주민 설문조사까지 거쳐 철회했습니다.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신반포19차나 광진 중곡 아파트도 용적률 등이 불만입니다. 컨설팅안대로라면 40층까지 올릴 수 있는 계산이 나온 신반포19차 경우도 달갑진 않습니다.
김성진 신반포19차 재건축 조합장은 "사업성 측면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만 아쉬운 면이 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입을 뗐습니다. 김 조합장은 "정부가 말한 50층이 아닌 40층으로 층수가 제한되었고 그다음에 여전히 공공아파트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원하는 주택공급의 확대 그리고 개발 이익의 일정 부분 환수라는 것과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현실적인 욕망 사이에서 둘 다 만족할만한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미셀 광진 중곡 아파트 추진위원회 준비위원장도 이대로라면 분담금 등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이 크지 않다며 조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발이익은 사회적 합의로 적정하게 배분하고,
투기수요는 선제적으로 방지해야 합니다.
공공디벨로퍼가 참여하여 개발이익은
사업자, 토지주, 지역공동체, 세입자 등에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하게 배분하겠습니다."
2021년 1월 5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 온라인 간담회
토지 공개념을 바탕으로 개발로 얻는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기본 방향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변 장관이 LH 사장 시절, KBS 시사기획 창 '착한 재개발·재건축'편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봐도 주택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재개발 등에 대한 규제 완화는 쉽지 않고 공공주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뜻이 확고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욕망과 공익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해나갈지에 사업 성패가 달렸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신규 택지를 발굴해 아파트를 공급하는 안을 내놓았죠. 이번에도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서울 외곽 수도권 등에 택지를 발굴하는 발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기존에 발표한 택지를 놓고도 여전히 자치단체와 실타래를 풀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도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발표 때도 지역주민 발발 심했지만,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토지보상절차 등을 마무리했고 상생개발모델 등을 포함해 조율해나갈 것"이라고 답했었습니다.
여전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줄다리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8.4 공급 대책 때 과천청사 앞 유뷰지에 주택을 짓겠다는 안을 내놓았지만, 과천시와 지역주민은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고 해당 부지는 주민들의 광장이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과천시의 입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새해 들어 과천시가 정부가 지정한 곳이 아닌 그 외 지역을 대안으로 제시해서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신규택지를 놓고도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신규 택지 발굴은 추진한다고 해도 어려워 보입니다.
■ 공공과 공급…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민관협력을 통해서 패스트트랙을 적용하여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겠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제도개선과
인허가 절차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컨설팅, 부지확보, 선투자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민간은 창의적 설계, 시공능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2021년 1월 5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 온라인 간담회
공공성을 놓지 않으면서도 공급안을 내놓으려고 변 장관이 내놓은 건 '패스트트랙'입니다. 도시 정비사업은 시작부터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이 산재해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절차 등에 혜택을 주면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SH와 공동시행으로 재개발을 진행한 서울 천호1구역 조합장을 만나봤는데, '패스트트랙'이 허울만 남지 않으려면 공공기관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종광 천호1구역 조합장은 재개발을 하려면 초기에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처도 많고 살펴봐야 할 자료들이 방대해 어려웠다고 답합니다. SH가 공동시행자로 들어오면서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받아 추후 사업 진행에 도움을 받은 점이 가장 긍정적"이지만 "공공이 주도했을 때 큰 이익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조합장은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나서면 기간 등 모든 것이 단축된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는데 이걸 줄일 수 있을지, 단계마다 법을 어떻게 바꿀지 구체적인 메뉴얼이 나와야 하고 조합원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주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시장의 우려는 여전합니다. 이은형 대한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익환수 개념을 수반하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단기간에 활성화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고밀도 개발이 추진된다면 "최대 2동짜리 주상복합만 늘어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질 좋은 주거환경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이 연구원은 "패스트트랙 같은 제도로 빠른 사업승인과 추진이 전제되면 오히려 문제가 나빠질 수 있다"며 인허가과정의 불법이 논란이 된 초고층 건물이나 용적률 완화기준이 중복으로 적용되면서 특혜논란이 된 주상복합건물 사례 등을 언급했습니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지하철 인근은 기초적인 인프라가 구축돼있고 젊은 층이 거주하기 편하다는 점에서 강점은 있지만, 토지소유주 동의를 받는 것부터 사업 진행이 탄력적으로 진행될지도 의문이고 부분적 집값 상승만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아예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자료집에서 "단기 대책의 효과는 크지 않고 과도하고 잦은 정책 변화가 오히려 정책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극단적 투기꾼을 잡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주류 시장을 위한 장기 정책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과도한 규제 정책은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규제지역 폐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실거주 요건 강화 재검토,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언급했습니다.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까지 옮겨붙은 '패닉바잉' 열기로 뜨거운 새해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식을 줄 모르고 KB국민은행 조사를 보면 서울 주택 중위 가격이 8억 원을 돌파했고 경기 주택 중위가격도 4억 원을 넘겼습니다. 중위가격이란 아파트 가격으로 줄을 세웠을 때 중간 정도에 오는 가격을 뜻합니다.
이번만큼은 민심을 잡아야 하는 정부만큼이나 '부동산 불패'라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있는 시장에서도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 주택 공급 발표는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황정호 기자 (yellowcar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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