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날고, 구글 주저앉고

박건형 기자 2021. 2. 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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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콘솔게임 '스위치' 대박.. 밀리언셀러 게임 70% 자체 제작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게임 산업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본 닌텐도는 게임기 ‘스위치'의 폭발적인 인기 덕에 12년 만에 최고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던 미국 구글은 자체 게임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망해가던 게임기 회사의 완벽한 부활과 승승장구하던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의 실패를 두고 IT 업계에서는 ‘전략의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는 말이 나온다.

◇출시 4년 된 스위치의 질주

닌텐도는 1일(현지 시각) 지난해 4분기에 6349억엔(약 6조7564억원)의 매출과 2297억엔(약 2조444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투자 업계에서 예측했던 영업이익 예상치 1896억엔을 크게 뛰어넘었다. 2020~2021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영업이익은 5211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98.2%나 늘었다.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일궈낸 닌텐도의 1등 공신은 ‘스위치’였다. 가정용 게임기로 전 세계를 호령하던 닌텐도는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무료 게임에 밀려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2011년 사상 처음 적자를 냈고, 2015년에는 이와타 사토루 사장이 스트레스와 격무로 별세했다.

하지만 2017년 3월 출시된 스위치가 모든 상황을 바꿔놓았다. 스위치는 6.2인치 화면을 가진 휴대용 게임기지만, TV나 모니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제품명인 스위치(switch·바꾸다)는 장소를 바꿔가면서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스위치는 출시한 지 4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 4분기에도 1160만대나 팔렸다. 누적 판매량이 8000만대에 이르고 올해 1억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신작 게임기를 내놨지만 닌텐도 스위치가 이들을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급변하는 게임 시장에서 스위치가 장수(長壽)하는 비결은 닌텐도의 독특한 전략에 있다. 닌텐도는 게임기 제작 위주인 소니⋅MS와 달리 게임 소프트웨어 상당수를 직접 제작한다. 지금까지 스위치 게임 중에서 밀리언셀러가 모두 29종인데, 이 중 20종을 닌텐도가 직접 만들었다. 게임이 히트할 때마다 스위치 판매량이 급증하고 스위치 사용자가 늘면서 다시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량도 오르는 구조다. 지난해에는 3118만장이나 판매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이 스위치 판매를 견인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서로의 마을을 방문하고 소통하는 소셜미디어 기능을 도입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의 사회적 갈증을 채워준 것이 인기 비결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동숲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완벽한 타이밍에 출시된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구글, 자체 게임 개발 포기

닌텐도가 호실적을 발표한 이날, 구글은 “자체 게임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2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2019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PC나 모바일 등 기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가상 서버)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를 공개했다. 특히 최고의 게임을 자체 개발해 스타디아의 핵심 콘텐츠로 삼겠다며 150여 명의 게임 개발자를 영입했다. 하지만 구글은 최근 출시한 첫 자체 제작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이 잦은 오류를 일으키면서 이용자들의 혹평을 받자 게임 개발을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은 자사 블로그에 “최고의 게임을 처음부터 만드는 데는 수년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고,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면서 “스타디아를 게임 플랫폼으로 키우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구글은 스타디아를 타사 게임으로만 운영하고, 게임 스튜디오 인력은 다른 업무로 전환되거나 구글을 떠나게 될 전망이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슈퍼마리오나 동물의숲처럼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닌텐도와 달리, 구글은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게임 분야에서는 자금력보다는 소비자의 니즈(필요성)를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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