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방백서에 日 '동반자'→'이웃국가'로 강등됐다
국방 현안을 대내적으로 알리기 위해 발간하는 우리 군의 국방백서에서 일본이 ‘이웃국가’로 강등됐다. 2년 전에는 ‘동반자’로 명시됐었다. 반면 2년 전 언급됐던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갈등은 빠졌다.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은 이번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국방백서는 2년을 주기로 발간된다.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강등된 日, 왜?
국방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2018 백서와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본이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강등된 점이다. 2년 전 백서에는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이번 백서에는 ‘일본은 양국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나가야 할 이웃국가’이라고만 기술됐다.
백서는 그 이유로 “2018년 12월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적인 근접비행과 당시 상황을 호도하는 (일본의) 일방적인 언론발표로 양국 국방관계는 난항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본은 ‘정상적 비행’이라고 주장했고 한 달 뒤인 2019년 1월에도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계속됐다. 백서는 또 “2019년 7월 일본이 안보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며 우리에게 취한 수출규제 조치는 양국 국방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 악화된 한일관계가 백서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일본 방위성도 지난해 7월 발간한 ‘2020 방위백서’에서 한국에 대해 ‘폭넓은 협력’이란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8월 아베 신조 총리가 사임하고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출범한 이후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백서의 표현은 다소 의외로 볼 수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일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를 놓고 외교부 등과 협의했는데 국방부 입장에서는 이웃국가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로 갈등을 빚었던 내용은 빠지고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을 필두로 ‘국방교류협력 완전 정상화’, ‘전략적 소통 강화’ 등이 언급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8년 백서 발간 당시에는 사드 갈등이 화두라 들어간 것이고, 그 이후에 사드 문제가 일단락돼 굳이 기술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빠진 ‘북한은 적’… 김정은 ‘세습’ 대신 ‘집권’으로
백서는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은 우리의 적”이라며 ‘적’이라는 표현은 유지했지만 ‘북한은 적’이라는 대목은 2018 백서에 이어 이번에도 뺐다. 2018년 이전에 발간된 백서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었다. 다만 3차례 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가 조성됐던 2018년과 달리 도발을 재개한 현 시점에서는 북한을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의 2019년 창린도 포 사격과 지난해 우리 군의 감시초소(GP) 총격을 9ㆍ19 군사합의 위반으로 보고 있다.
기존 백서에 등장한 ‘정권 세습’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으로 변경된 것도 눈길을 끈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이 다 됐기 때문으로, 내용적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군 당국은 또 북한군이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 예하의 미사일 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늘리고,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한 기계화 보병 사단을 4개에서 6개로 늘렸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추가 건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개발했다는 신형 잠수함은 2019년 7월 공개한 로미오급 개량형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존의 로미오급(1,900~2,000톤)을 개조해서 SLBM 수발을 탑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상비군 병력은 128만여명으로 우리 군(55만5,000여명)보다 2.3배 많고 야포와 방사포 등 일부 전력도 우리보다 양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첨단 무기를 지속해서 확보한 우리 군이 질적으로 북한군을 압도한다는 게 우리 군의 평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버지 같던 형, 주검 되어 네팔로" E-9 비자에 갇힌 코리안드림
- 미국식 민주주의 패배 규정…中, 경제력으로 미얀마 장악 노림수
- 꼬리에 꼬리 물라... 靑, 판문점 정상회담 USB 공개 '딜레마'
- 매 끼니 없으면 서운한 '김치', 매 끼니는 부담되는 '기무치'
- '홈런볼' 낙하실험, 플라스틱 트레이 없으면 부서질까
- 'USB 국정조사' 밀어붙이는 국민의힘... 설득력 있나
- 이낙연·홍남기 '정면충돌' 배경엔 "살벌했던" 당정청 회의 있었다
- 한국에서의 4년 9개월, 속헹씨가 죽어간 시간
- '수사정보 유출·아내 취업청탁' 경찰 대기발령
- '피리부는 사나이' 따라 춤추는 개미들...게임스톱, 비트코인 이어 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