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P플랜도 '험로'..HAAH 투자 결정 못한채 출국(상보)
법정관리 전 P플랜(사전 회생계획 제도·Pre-packaged Plan)을 추진 중인 쌍용자동차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새 투자자로 거론되는 HAAH오토모티브(이하 HAAH)가 P플랜을 통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출국해서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P플랜 진행을 위해선 새 투자자의 투자 결정과 사업계획이 포함된 지속가능한 회생계획안 제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쌍용차가 향후라도 HAAH 측과 협상을 통해 투자를 이끌어 내고, 회생계획을 내놓으면 이를 검토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P플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어서, 이럴 경우 쌍용차는 통상의 법원 회생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최대현 산은 선임부행장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의 P플랜 진행을 위해선 이해관계자 간 사전협의가 필수"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쌍용차는 구체적인 P플랜 관련 사업계획 또는 회생계획안을 준비중인 상황이며, 잠재적 투자자는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출국했다"고 밝혔다.
P플랜은 법정관리 개시 전 채무자가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심리·결의해 인가해주는 법정관리의 한 방식이다. 미리 회생 계획안을 마련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식보다 회생에 걸리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최 선임부행장은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잠재적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현상황에서는 산은이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향후 쌍용차와 잠재적 투자자가 협의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면 채권단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집행 이행, 쌍용차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에 대한 확인 후 P플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HAAH 측은 산은에 약 2500억원의 쌍용차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요구 중이다. HAAH의 신규 투자 자금은 신차 개발 등 쌍용차의 미래 전략을 위해 사용하고, 당장의 운영자금 등은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산은은 쌍용차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여부는 쌍용차와 HAAH 측이 마련할 회생계획안을 본 뒤에야 사업성을 평가해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안영규 산은 기업금융부문장은 "잠재적 투자자 측이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잠재적 투자자 측이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단이 사업계획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선임부행장도 "사업계획 타당성 미흡 등으로 P플랜 진행 불가시 쌍용차는 통상의 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를 통한 정상화 추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쌍용차가 법정관리 혹은 파산 시 산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단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안 부문장은 "쌍용차 부실화 원인은 대주주의 경영실패에 기인한 것"이라며 "왜 산은의 책임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GM 등을 지원한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에는 "한국GM은 대주주인 미 GM 본사로부터 64억 달러 지원과 신차 배정을 약속받는 등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확보함에 따라 2대주주인 산은도 7억5000만달러를 지원한 것"이라며 "반면 쌍용차는 자체경쟁력이 열위한 상황에서 대주주가 책임있는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고 잠재적투자자 또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라 산은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은은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 방침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협력업체가 아니라 기간산업 협력업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운영 중인 '기간산업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과 '주력산업 협력업체 지원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다.
한편 산은은 최근 매각설이 제기된 HMM(옛 현대상선)에 대해선 "검토한 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선임부행장은 "HMM 매각은 경영정상화 달성에 대한 판단과 국내 해운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아울러 최근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선 "채권단과 기 지도위원 복직과 금전보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이 문제는 노사가 결정할 사안으로 채권단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답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산은의 반대로 김 지도위원의 복직이 막혀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채권단으로서 노력은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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