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극복하자".. 새벽에 공부·운동·명상 '미라클 모닝' 실천하는 사람들
대전 중구에 사는 직장인 최해원(33)씨는 매일 오전 5시 30분쯤 눈을 뜬다.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 물을 마신 뒤 15분 간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날 할 일을 다이어리에 정리한다. 8시 30분 출근까지 남은 시간을 이용해 최씨는 신문이나 책을 읽고 영어나 실무 공부를 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실천해오고 있는 최씨의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다. 최씨는 "그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을 마지못해 시작했지만 ‘미라클 모닝’ 8개월째에 접어든 지금은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며 "이른 오전엔 아무런 방해가 없기 때문에 집중이 더 잘 된다. 이 시간을 활용해 여섯 달 동안 245권의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코로나 블루(코로나 사태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감)’를 해소할 방안으로 최근 ‘미라클 모닝’이 주목받고 있다. 미라클 모닝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도서에서 따온 개념이다.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2~3시간 전에 일어나 자기개발을 하면서 활력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로 국내 우울증 환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59만5043명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6개월 만에 전년도 우울증 환자 수(2019년 79만8495명)에 육박한 것이다.
이런 코로나 블루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미라클 모닝은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이른 오전에 일어나 공부와 운동, 명상 등 자기개발을 한다는 점은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생업 때문에, 퇴근 후엔 가사노동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틈이 모자라 이른 오전 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27개월 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워킹 맘’ 김효은(39)씨는 "직장에서 퇴근을 하더라도 집에 가면 또다시 집안일과 육아가 기다리고 있다"며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아기가 잠들어있는 새벽 시간 뿐"이라고 했다.
최해원씨도 "일만 하다가 흐지부지 하루가 가는 것이 싫었다"며 "결국 새벽 시간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씨는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활기참이 출근해서 직장 생활을 하고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밤에도 의무감에 잠들기보다 ‘내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지’라는 기대감으로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다만 ‘새벽 기상’이 습관이 될 때까진 많은 어려움도 뒤따랐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아직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새벽에 눈 뜨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며 "알람이 울리면 ‘오늘만 쉴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등 온갖 생각이 몰려온다. 가끔 자정 넘어 잠드는 날이면 알람을 무시하고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자기개발을 하는 것이 코로나 블루 극복에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효은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회사 매출은 줄어들고 일을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육아까지 병행하면서 나 자신이 매일 소진되고 있는 것 같아 우울했다"면서 "그런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나서는 매일 아침 ‘성공’을 경험했다. 자고 일어나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기대감에 우울감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모씨도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줄어 무력감이 많이 들었다. 모든 일에 의지가 안 생기고 활력도 없었다"면서 "그런데 매일 새벽 조깅과 독서를 시작하고 나서는 ‘힘들지만 일찍 눈 뜨길 잘했다’고 느끼고 좀더 기분 좋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엔 무기력증 때문에 주말을 허투루 보내고 나면 시간을 허비했다는 죄책감이 들곤 했다"면서 "그런데 평일을 알차게 보내기 시작하고부터는 ‘이정도면 쉴 자격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주말이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습관을 들이는 것은 점차 짙어지고 있는 코로나 블루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성직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감은 무력감에서 비롯하는데, 무력감의 반대말은 통제감"이라며 "따라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일어난 뒤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스스로 세운 계획을 실천하는 행위는 통제감과 효능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우울감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울 치료의 첫 번째는 ‘구조화된 생활’이다. 일과표를 짜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인데, 무리한 목표를 잡기보단 이불 개기와 같은 사소한 일부터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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