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건보 콜센터 위탁업체 '분노'
"회사가 힘들게 일군 자산을 국가가 그냥 뺏어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공산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입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1일부터 '건강보험공단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 데 대해 이들의 고용주인 인력공급업체들이 일제히 분노를 쏟아냈다. 상담사들의 요구가 관철되면 근로자는 공공기관 정규직이 될 수 있지만 업체들은 회사당 최소 100명이 넘는 인력을 졸지에 잃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니에스, 효성ITX, J&B컨설팅, 제니엘, 휴넥트, KTis, 메타넷엠플랫폼, 윌앤비전, 이케이맨파워, 한국코퍼레이션, 그린씨에스 등 11개 민간업체는 건보공단으로부터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중 한 업체의 이사 A씨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건보 고객센터 업무를 맡은 상담사들은 우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키운 회사의 자산"이라며 "공공기관이, 국가가 무슨 권리로 법적 근거도 없이 민간기업 자산을 빼앗아간다는 거냐"고 말했다.
다른 업체의 이사 B씨는 "국가가 사기업 인력을 빼가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보상도 없이 밀어붙이는 게 공산국가 같다"고 지적했다. 이미 직영화가 된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고객센터 사례에서도 보상책은 없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A씨는 "2년 이상 고객센터 경력이 있는 직원은 건보공단 공개 채용에 응시하면 가점을 주는 제도가 있다"며 "이런 정상적인 절차를 통하면 모를까, 공채도 없이 그냥 공공기관 정규직을 시켜준다면 수많은 청년들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번 파업은 인력공급업체 소속 근로자가 단행한 것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이를 종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업체들은 주장했다. A씨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을 처음 추진한 2017년부터 민간 위탁업체 근로자도 정책 대상이라고 말해왔다"고 했다. 이어 "민간 위탁업체 직고용은 노사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고는 했지만 중앙부처부터 고객센터 업무를 직영으로 돌리는 식으로 직고용을 유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직고용이 현실이 되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11개 인력공급업체에 소속된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는 1623명이다. 파업 참여 인원은 민주노총에 가입한 940명이지만, 직고용이 결정되면 1623명 모두 건보공단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B씨는 "우리 회사는 전체 상담사 2300명 가운데 건보 담당이 130명"이라며 "직고용이 되면 상담사 인력 6% 정도를 일시에 잃고 건보 위탁 매출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사 채용·교육 인력 등도 일정 부분 감축이 불가피하다"며 "앞서 수천명의 민간 용역업체 인력을 직영으로 돌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때는 많은 회사가 폐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 여행사 영화관 등 콜센터 일감이 줄어 작년 매출이 40% 넘게 급감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보 일감까지 없어지면 회사 존폐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은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정보 보안 차원에서도 건보공단 직고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B씨는 "우리 회사는 개인정보 보안에 제일 민감한 금융사 콜센터 업무 비중이 높은데 체계적으로 보안을 관리하기 때문에 유출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며 "보안이 우려되면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일이지 직영화가 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파업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다른 건강보험 고객센터 위탁업체의 부장 C씨는 "현행법상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 목적의 쟁위 행위만 합법"이라며 "공공기관 직고용 요구는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상담사들과 민주노총은 임금협상에서 30~40%라는 비상식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에 나섰는데 이는 일종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2일에도 이틀째 파업을 이어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관계자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노경목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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