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대신 선물에 백화점·마트 웃고, 대목 실종 전통시장 울고
거리두기 방침 따른 제수 구매 줄어든 전통시장 "손님 구경하기 힘들어"
(전국종합=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설 명절을 앞두고 백화점과 전통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고향 방문 대신 선물로 마음을 전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선물 세트 판매는 급증한 반면 가족 간 모임조차 힘들어지면서 전통시장 제수 판매는 크게 줄었다.
30만원 이상 고가 선물 세트 90% 늘어…백화점·대형마트는 호황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은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간 설 선물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
축산품 71%, 수산물 60%, 청과 45% 등 청탁금지법 상한액 조정에 따른 농축수산물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30만원 이상 고가 한우와 굴비 세트 판매는 지난해보다 각각 98%와 87% 증가하는 등 고가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설 선물 판매가 작년보다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세트당 20만∼30만원대인 축산 정육 세트와 굴비 세트가 각각 130%, 91% 증가하는 등 고가 선물이 불티나게 팔렸다.
와인을 비롯한 주류세트와 청과물 판매도 각각 60% 증가했다.
정호경 롯데쇼핑 홍보팀장은 "비대면 명절 나기가 현실화하면서 한우 등 프리미엄 선물 세트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는 20만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때에 비해 79.8% 늘었다.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도 프리미엄 선물세트 매출이 212.8% 급증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12월 24일부터 한 달여간 설 선물세트 예약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67.6%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고가 선물인 한우와 굴비 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134.1%, 94.2% 늘었고, 와인 선물세트(89.2%)와 양주 선물세트(143.8%) 판매량도 급증했다.
귀성 대신 선물 배송을 택한 최모(35)씨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올해 명절에는 시댁에 가지 않기로 했는데 그러자니 마음이 편치 않아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며 "온라인몰이 배송도 편리하고 품질도 믿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이 다녀야 장사를 하죠" 전통시장 상인에겐 힘겨운 설 명절
"사람이 다녀야 장사를 하죠. 사람이 아예 안 다녀요"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10년 넘게 유아복 장사를 한다는 50대 정모씨가 설 대목 매출을 묻자 손사래를 치며 한 말이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작년 설 전 매출보다 지금이 딱 반 토막이다. 너무 힘들다"라며 푸념했다.
설 연휴를 1주일여 앞둔 2일, 사람이 붐비는 낮 시간대 찾은 서문시장은 여전히 한산했다. 중심가에는 사람이 꽤 있었으나 옆 골목과 건물형 상가에는 찾는 이의 발길이 뜸했다.
손님이 줄어들면서 "보이소∼ 사이소∼" 하는 상인들의 손짓도 자취를 감췄다.
한 상인은 "다섯 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니 사람들이 장을 안 본다. 못 모이니 모임이나 제사 등도 당연히 줄고, 물건을 사러 오더라도 예전만큼 많이 사지 않고 필요한 만큼 조금씩만 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도 비슷한 풍경이다.
평소라면 명절 제사 음식은 물론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북적였을 시장이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조처로 명절 특수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며칠간 춥고 궂은 날씨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시장에서 사가는 물건의 양도 많지 않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시민들은 채소 하나를 사면서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양동시장 한 상인은 "체감상 지난해 추석 때보다도 더 물건이 안 팔리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고, 최근 여기저기에서 집단감염이 터져 나오는 상황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동시장 상인회 문상식(64) 회장은 "코로나19로 빈부 격차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명절 선물도 돈 있는 사람들은 고가의 상품을 찾는 반면 일거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은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북 전주 남부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이맘때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는데, 최근에는 유독 한산하다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한 상인은 "가족끼리 모이지도 못한다는데 차례상을 제대로 차리겠느냐"며 "가뜩이나 지난해 매출이 줄어 힘들었는데 명절 대목마저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의 말마따나 장을 보러 온 이들도 예년보다 차례상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말해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장을 보러 나온 윤모(62)씨는 "서울에 있는 며느리한테 이번 설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며 "명절에도 전주에 사는 딸만 부를 예정이어서 밑반찬 거리와 떡국 재료만 간단하게 사러 시장에 들렀다"고 말했다.
라이브 커머스 진행하며 몸부림 치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언택트 쇼핑이 활성화된 것도 전통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광주 양동시장 상인회는 자구책으로 지난 주말 온라인 생방송으로 시장의 물건을 파는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를 진행했다.
시범적으로 5곳의 점포가 참여해 상품을 소개하고 상품을 요리·손질하는 방법 등을 소개해줬는데 누적 접속자는 1만1천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받았다.
양동시장 상인회장은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소비자가 시장을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다"며 "전통시장 상인들도 라이브 커머스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수 권준우 천정인 김현태 정경재 기자)
p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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