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갑질' 아파트들 "화물 엘리베이터 차별? 편하게 쓰라는 것"
'헬멧 벗기', '화물 엘리베이터 이용' 등 배달노동자를 향한 아파트 갑질을 시정하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반면 갑질 대상으로 지목된 아파트 측은 "라이더들의 반응이 과하다"며 반발한다. 라이더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함께 난폭운전 등 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이 서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는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아파트와 빌딩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은 고사하고 배달원을 인격적으로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파트 76곳, 빌딩 7곳 관리사무소에 대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갑질 사례로는 △헬멧을 벗도록 요구하는 행위 △신분증 확인이나 보관 △우천시 지하주차장 이용 △도보 배달 △화물용 엘리베이터 강요 등이 제시됐다.
라이더들은 아파트와 빌딩 측의 이 같은 요구들이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전날에는 또다른 라이더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아파트 103곳 입주자대표회의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진정 대상이 된 아파트 측은 오히려 라이더들의 반발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라이더만을 특정한 조치가 아님에도 '갑질 이슈'로 몰아간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방문절차나 지하주차장 진입 등은 모든 외부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라이더 단체로부터 화물 엘리베이터 강요를 지적받은 마포구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평소에는 오히려 배달용으로 편하게 쓰도록 조치를 해둔 것"이라며 "예전부터 직원이나 입주민 다 구분 없이 사용하던 것인데 불쾌해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한 아파트 관계자 역시 라이더들을 인격적으로 모욕하기 위한 것이 아닌 주민 편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자전거를 옮기거나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등 입주민들도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며 "배달원들을 차별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라이더를 바라보는 인식은 여전히 좌우로 갈린다. 장시간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라이더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번 '아파트 갑질' 주장을 두고도 부정적 반응이 적지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은 인권인 진정과 관련 "인권 찾기 전에 난폭운전부터 개선해라", "불편하면 배달가지 마라", "라이더도 좀 잘해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평소 지연배송·난폭운전 등 라이더에 대한 반감이 새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배달앱 이용이 많은 회사원 박모씨(34)는 "인도로 주행하거나 차량 사이를 빠져나가는 배달 오토바이로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며 "아파트의 요구가 과한 것도 아닌데 라이더들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더에 대한 불만이 커지다 보니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앱들은 '배달 서비스' 자체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도입한 상태다. 배달 시간, 상태, 친절도 등에 대한 호불호 평가가 이뤄진다.
반면 라이더 측은 처우 개선과 갑질을 근절하는 것이 배달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날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는 "스마트폰을 통해 혁신과 4차 혁명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한 발전과 혁신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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