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게임스톱?..공매도 비중 높은 종목, 개인은 팔았다

전민 기자 2021. 2. 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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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공매도 상위 5개 종목중 개인 순매수는 단 1종목
"국내와 미국 공매도 성격·현황 달라..신중한 접근 필요"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한투연은 "외국인 개인투자자들과 힘을 합해 우리나라 공매도 세력에 맞서 공동으로 대처하겠다"며 1년간 공매도를 금지한 뒤 사회적 논의를 하자는 주장을 펼칠 계획이다. 202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이 공매도 재개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등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종목은 전날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는 매도했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숏스퀴즈'(손실을 입은 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사는 것)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전날 증시 반등과 호재에 반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코스피 종목 중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은 Δ롯데관광개발(6.77%) Δ두산인프라코어(5.04%) Δ셀트리온(4.56%) Δ호텔신라(3.21%) Δ유양디앤유(2.74%, 거래정지) 등이었다.

공매도 잔고 금액 기준으로 보면 셀트리온이 2조598억원에 달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어 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3135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102억원), 현대차(1948억원) 등 초대형주들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신라젠(9.07%, 거래정지), 에이치엘비(6.52%), 국일제지(3.22%), 펄어비스(2.81%), 헬릭스미스(2.66%) 등의 공매도 비중이 높았다. 잔고 금액 기준으로는 에이치엘비(3078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024억원), 케이엠더블유(1924억원), 펄어비스(1183억원) 등의 순서였다.

공매도 비중 상위 종목들은 전날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코스피 공매도 비중 상위 롯데관광개발이 7.40% 급등한 것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 7.48%, 셀트리온 14.58%, 호텔신라 0.25% 등이 동반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에이치엘비가 7.22% 상승한 것을 비롯해 국일제지 11.48%, 펄어비스 5.43%, 헬릭스미스 18.13%, 셀트리온헬스케어 9.60%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는 이들 종목 대부분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셀트리온을 4389억원 팔아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으며, 에이치엘비도 503억원 팔았다. 양시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5개 종목 중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종목은 호텔신라(236억원 순매수) 하나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공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숏커버에 나섰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의 캐나다 판매 허가 취득으로 인해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강하다. 해당 호재가 바이오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시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다른 종목들의 경우 지난 29일 주가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미국 주식의 경우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채 특정 종목의 주가하락을 예측해 이뤄지는 공매도가 많지만,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공매도는 주로 롱숏전략(매수와 매도를 함께 병행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 차원이 많다"면서 "게임스톱처럼 주가가 수십배 오르면 모르지만, 주가가 2~3배 급등하는 정도에서 롱숏펀드의 숏스퀴즈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크게 다른 국내 주식시장 환경은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며, 숏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 거론되는 종목들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6.2% 수준이며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도 8%, 10% 수준이다. 게임스톱의 경우 공매도 물량이 유통주식수의 100%를 넘어선 바 있다.

따라서 게임스탑 운동 등 공매도 이슈를 염두에 둔 매매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노동길 연구원은 "주식 매수 운동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미국 사례와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종목들은 개인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수 있으나 상승폭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도 "게임스톱과 같은 종목의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오고, 언제 폭락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수급 예측이나 모멘텀 플레이만 보기보다는 펀더멘털을 함께 고려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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