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투자 개미들, "이젠 은으로" 가면서 가격 급등

국제 은 값, 7년 사이 최고로 뛰어..관련 기업 주가도 급등
투기 심해지면 관련 업계의 수급 차질이나 위험 회피에 악영향

게임스톱 주식 가격을 끌어올린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은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국제 은 가격이 1일(현지시각) 급등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 전시된 은괴.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게임스톱 등 일부 미국 주가를 끌어올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은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국제 은 가격과 관련 기업 주가가 1일(현지시각) 급등했다. 이에 따라 투기적 거래가 더 확산되면, 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업계나 선물시장을 위험 회비용으로 활용하는 은 생산업체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이날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이 온스당 29.418달러를 기록하면서 은 선물 가격의 하루 상승률로는 2009년 이후 최대인 9.3%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은 현물 가격도 이날 한 때 온스당 30달러를 넘어서는 등 지난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은 생산업체인 ‘퍼스트 머제스틱 실버’(22.08%)나 ‘헤클라 마이닝’(28.3%) 등의 주가도 급등했다. 대표적인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실버 트러스트’도 7% 올랐다.

은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게임스톱 등 일부 주가를 끌어올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은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토론 사이트 레딧에서 은에 투자하자는 이야기가 시작되어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레딧에는 지난 주말부터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면 펀드가 은을 추가 매입해야 하며 이를 통해 은 값을 올릴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은 값은 온스당 25달러가 아니라 1천달러여야 한다”는 주장 등도 나오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 은 시장은 개별 주식 종목과는 비교할 수 없이 규모가 크고 복잡해 개인이 좌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비엠오(BMO) 캐피털 마케츠’의 귀금속 파생상품 거래 책임자 타이 웡은 “은 시장은 역사적으로 아주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혼란을 유발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은 거래 시장을 게임스톱 주식처럼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은 실물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일시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현상이 미국부터 싱가포르까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또 은 선물에 대한 단기 투자는 보통 장기 투자에 대한 위험 대비용이라면서, 헤지펀드 등의 투기성 가격 떨어뜨리기 시도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