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위기감·결혼·이적"..30대 이연희가 맞이한 '새해전야'(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이연희만큼 최근 신변에 많은 변화를 겪은 배우는 없을 것이다. 깜짝 결혼 발표 후 비연예인 연인과 지난해 6월 결혼식을 올린 그는 연말에는 19년간 몸 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현빈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여러모로 새 출발을 하는 시기에 와 있는 상황. '새해전야'는 그런 이연희가 6년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저도 20대를 굉장히 열심히 달렸어요.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 감사하기도 했지만 그때 상황에서는 너무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죠. 그런데 누군가에게 화도 내지 못하고 혼자 켜켜이 관계로 인한 상처들을 쌓아두고 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진아처럼 여행을 통해 리프레시(refresh)를 얻게 됐어요.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여행을 갔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진아와 같고, 저의 20대를 생각하면서 표현하면 진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새해전야'는 새해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네 커플의 두렵지만 설렘 가득한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다. 이연희는 극중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통보에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 역할을 맡았다. 진아는 아르헨티나에서 우연히 한국인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 분)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툴툴거리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이해해 가며 로맨틱한 감정을 쌓아가는데, 영화 속에서 진아와 재헌이 지붕 위에서 보여주는 탱고 신은 아름답게 표현돼 영화에 볼거리를 더한다.
이연희는 유연석과 함께 한국에서 미리 안무가에게 탱고를 배워 준비해갔다고 했다. 화려한 탱고를 보여주기보다는 남녀 사이 오가는 호흡과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현지 안무 선생님이 정해진 안무를 보시더니 전문적이고 화려한 탱고의 동작을 걸러내고 두 배우를 클로즈업 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질 수 있게 짧게 짧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실제 촬영은 정말 어려웠어요. 루프탑이 약간 기울어져 있었던 데다 날씨는 최악으로 추웠거든요. 머릿속이 하얘지고 안무도 까먹었는데, 그런 까먹은 장면들을 감독님이 장면에 넣으셨어요.(웃음)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
'새해전야'에는 네 커플이 나온다. 그 중에서 이연희와 유연석이 연기한 진아와 재헌 커플은 여행지에서 피곤한 현실을 벗어나 자유와 따뜻함을 경험하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히 유연석이 연기한 재헌의 캐릭터는 '번 아웃'을 경험하고 탈출하듯 한국을 떠나온 캐릭터다. 이연희에게도 비슷한 '번 아웃'의 순간이 있었느냐 물었더니, 역시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면 이야기를 꺼냈다.
"20대에 열심히 하다가 쉼이 생기는 기간이 있었어요. 하루는 잠이 안 와서 힘들어서 밤을 새게 됐어요. 너무 답답하고 어딘가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어디에 가면 알아볼 것 같고. 막연하게 돌아다닐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더 답답하고. 이대로 있으면 이상해지겠다 싶은 신호가 왔어요. 그래서 무작정 차를 타고 올림픽공원 쪽에 갔어요. 너무 푸르른 게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자연을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풀렸어요. 저에게도 그런 위기감이 왔었던 것 같아요."
이후 이연희는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순간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여전히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최애' 여행지로 파리를 꼽았다.
"파리를 너무 좋아해요.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던 곳이 파리였어요. 혼자서 무작정 간 거였는데 너무 겁이 나더라고요. 영어도 안 되는 나라고. 그래서 비상시에 연락할 수 있는, 제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지에 살고 있는 분의 연락처를 갖고 갔어요. 그 분이 제가 있는 동안 너무 잘 대해주셨어요. 아는 언니였는데,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인연들, 사람들과 너무 재밌었고, 그때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내요."
8년 전 찍었던 선보였던 영화 '결혼전야'에서 이연희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8년 후 찍은 '새해전야'에서는 방황하는 20대를 연기했다. 이연희는 지금 '결혼전야'를 찍었다면, 20대 때 '새해전야'를 찍었다면 그때의 감성을 더 잘 담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 '결혼전야'를 했으면 더 농익은 걸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그때는 20대였으니까 '새해전야'의 진아 역할을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었어요. 그렇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내가 표현했던 게 맞았던 것 같아요. 촬영을 하고 나서 결혼하기 전에 (예비 남편과)'결혼전야'를 같이 봤어요. 너무 풋풋했고, 전반적인 스토리 내용이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당시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오히려 다시 보니 이해가 됐어요. 이제 와서 '생각이 다르구나, 공감이 되는구나' 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연희는 비연예인인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남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렸다. 남편은 이연희의 연기생활에 많은 서포트를 해주고 아는 것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조심스러워요. 저는 오래 연기 생활을 해왔는데, 저희 가족도 그렇고 저도 공과 사를 구분짓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친언니와 카페를 가더라도 저를 알아보는 것 때문에 친언니가 불편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 가족들을 생각해 보니 나의 사람, 나의 가족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어느덧 데뷔 21년차가 됐다. 고민이 많았던 20대를 보낸 이연희는 30대가 되니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사이 결혼을 하면서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고, 달라진 환경 덕분에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감도 생겼다고.
"20대 후반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계속 연기할 수 있을까? 연기자가 적성에 맞는 걸까?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이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 탤런트이니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배우 생활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소속사를 옮긴 것 역시 큰 변화였다. '새해전야'에는 이연희와 같은 소속사였던 최수영이 나오고, 슈퍼주니어 최시원 역시 카메오로 등장한다. 이연희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많이 아쉬웠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이적을 택했다고 했다.
"새로운 변화, 새로운 도전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하게 됐어요. 새로운 출발로 기분 좋은 설렘이 시작된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서 많은 분들이 어떤 첫 작품을 하게 될지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데 고민스러워요. 제가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고 작품에 공감이 가고 좋아하는 작품이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연희는 '새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어느 순간부터 계획을 잡기보다 하나하나 주어지는 일을 즐거워하며 해나가는 것에 익숙하다고 했다. 딱 하나 계획이 있다면 언론배급시사회 때 간담회에 참석하느라 끝까지 보지 못한 '새해전야'를 보러 가는 것이다.
"클라이맥스를 달리는데 중간에 간담회를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출연진이 모두 영화를 보다 나왔어요. 2월10일 이후에 개봉하면 '새해전야'를 보려고 해요. 결말이 궁금하거든요.(웃음) 코로나가 종식이 돼서 일상 생활이 시작되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가 밝은 영화라서 영화를 보시면서 위로를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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