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획부동산 지분 쪼개기' 원천봉쇄한다..국회, 지분거래허가제 입법 추진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토지 지분을 연간 수조원씩 팔아치운 기획부동산의 행태를 막기 위해 지분거래 허가제를 입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정 규모 및 소유자 이상인 토지 지분을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기원(경기 평택갑·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분거래 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번주 중 발의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유지분 취득계약에 대한 허가’ 조항이 신설된다. 토지 지분을 거래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는 기획부동산의 연간 1조원대 거래로 몸살을 앓아온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방안이다.
다만 대통령령에서 정한 일정 면적이나 일정 소유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토록 했다. 상속이나 증여, 교환 등의 거래는 허가제에서 제외했다.
개정안은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지분을 산 사람들이 피해 사실에 대해 공조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 지분을 산 사람들끼리 서로의 허가사항에 대한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다른 소유자에게 연락해 공동 대응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현재는 피해자가 기획부동산에 집단소송을 하거나 땅 분할을 진행하고 싶어도 등기부등본의 주소지 외에는 다른 소유자의 정보를 알 수 없어 대응이 어렵다.
홍 의원실이 이같은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획부동산이 지난 몇 년간 활개를 치면서 피해자가 늘고 국토는 갈가리 쪼개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실 조사 결과 건물이 없는 순수 토지거래 중 다른 사람과 소유권을 함께 가진 공유지분 토지를 거래한 비중은 2006년 15.1%에서 2019년 29.8%으로 두배 가량 뛰었다.
이런 영향으로 소유자 10인 이상인 토지도 크게 늘었다. 홍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10인 이상 공유인 토지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유자가 10인 이상인 전·답·임야는 2016년 6만575개에서 지난해 7만4,566개로 23% 늘었다. 소유자는 139만8,422명에서 196만6,650명으로 41% 증가했다. 이는 기획부동산이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2018년~2019년 경기도의 임야 지분 거래 80~90%는 기획부동산이 일으킨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경기도는 앞서 핀셋 허가구역 지정으로 효과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획부동산의 지분 거래가 사실상 완전봉쇄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는 토지를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것임을 입증해야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임야를 매입하려면 2년 이상의 산림경영계획과 소요자금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속임수 등으로 허가를 받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을 받는다.
기획부동산의 먹잇감이 되는 토지에 허가제를 적용하는 효과는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판매 위험성이 있는 토지를 추려 과천시 6배 규모(211.98㎢)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했다. 그 이후인 지난해 8~10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수준으로 줄었다. 효과를 확인한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24.6㎢ 규모의 땅을 추가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한 허가제 적용 대상 토지의 소유자 기준은 10~20인 정도가 실효성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건물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8년~2020년10월 기획부동산의 경기도 임야 지분 거래(10만2,578건)로 중 10건 이상 거래된 토지에서 일어난 거래의 94.4%였다. 또 20건 이상 거래된 토지의 거래 건수는 86.4%, 30건 이상은 78%였다.
홍 의원은 “기획부동산의 광풍이 지난간 자리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피해자를 양산한 후의 뒷북행정의 한계가 있다”며 “일정 요건 이상의 지분거래에 대해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기획부동산이 자리 잡을 수 없도록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논의 본격화 되나···국토부는 ‘매매업 등록제’ 발의
앞으로 기획부동산에 대한 대응책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토부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기획부동산 대응책을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린 상태다. 진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은 부동산매매업자에 대해 일정 규모의 자본금을 갖춰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
토지 지분을 파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는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여러 조각의 지분으로 쪼개어 파는 기획부동산들의 전형적인 수법에 족쇄를 채우는 내용이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지분 거래 시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하면 시세의 5~10배로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부동산매매업자가 불특정다수에게 거짓 부동산 개발 정보를 퍼뜨리거나 거짓·과장 사실, 속임수로 타인이 부동산을 매수토록 유인하면 2~3년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조항도 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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