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증여에 칼 빼든 국세청, 탈루혐의자 1822명에 세무검증

김용훈 2021. 2.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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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 A씨는 아버지로부터 고가의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증여를 받으면서 해당 아파트에 담보된 아버지의 금융채무를 인수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채무 상환 내역에 대한 부채사후관리를 실시한 결과, 증여받은 이후에도 금융채무와 관련된 이자와 원금을 이버지가 계속 상환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음에도 인수한 것으로 가장해 증여세 탈루한 것이다.

#2. B씨는 어머니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그러나 B씨는 증여받은 아파트의 재산가액을 공시가격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신고했다. 증여재산은 시가 평가가 원칙으로 증여일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까지 동일단지 유사재산의 매매사례가액에 따라 신고·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은 주변 매매사례가액을 적용해 증여재산을 재평가한 결과 B씨가 증여세를 과소 신고했다고 판단, 검증 대상으로 골랐다.

#3. 사회초년생 C씨는 대형 마트 2곳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주택과 아파트 분양권을 받았다. 국세청이 증여 주택과 분양권의 최초 취득 단계를 파악한 결과 C씨 아버지가 매출을 누락하고 허위 경비로 회삿돈을 돌려 취득 자금을 마련한 혐의를 포착했다. 국세청은 C씨 사례 처럼 증여 주택 취득 단계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더욱 철저한 검증을 벌일 계획이다.

국세청이 이들처럼 주택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이는 1822명의 혐의자에 대한 세무검증에 나섰다.

국세청은 2일 지난해 주택 증여가 증가하면서 정당한 증여세 납세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주택 증여 관련 변칙적 탈루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세무검증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지웅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주택시장의 거래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각종 과세정보를 분석, 주택 증여 관련 변칙적 탈루행위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택 증여는 2014년 이후 점차 증가해 2012년 5만5000건, 2014년 6만7000건, 2016년 8만1000건, 2020년 15만2000건을 기록했다. 특히 2020년은 7월부터 12월까지 총 9만2000건의 증여가 이뤄지는 등 다른 해에 비해 유독 크게 늘었다.

문제는 정당한 증여세를 냈는지 여부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 1월 28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반사회적인 지능·악의적 탈세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고, 주택증여의 경우 당초 취득부터 증여, 그 이후까지 전체 과정을 정밀 분석하여 변칙적 탈루행위 검증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시가로 신고했다면 수정신고 서둘러야
이번 검증대상은 재차 증여 합산 누락 등 불성실 신고 혐의자 1176명, 아파트 증여재산가액 축소 신고 또는 신고 미이행 혐의자 531명, 증여자의 최초 주택 취득자금 출처 소명 미흡 85명, 증여 이후 채무 면제 등 편법증여 혐의자 30명 등이다. 대부분 지난해에 증여가 이뤄진 주택이지만 그 이전 증여주택도 일부 포함됐다.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지만 무신고와 사기 등 부정행위가 의심되면 15년 전 것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증여세 탈루 혐의 검증은 1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사진=국세청

국세청은 법원으로부터 수집한 전체 주택 증여 등기자료를 분석해 증여세 무신고자 등에 대해 과세 결정을 한다. 특히 A씨처럼 주택 등을 증여받고 10년 이내 증여받은 다른 증여재산의 재차증여 합산을 누락한 불성실 신고 혐의자 등에 대한 검증하고 있다. 또한, 자산·부채·소득·소비 등 과세정보를 통합·연계해 탈세혐의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금출처분석시스템'을 통해 다주택자 등 자산가의 재산변동상황을 상시 관리하여 자금흐름과 출처를 빈틈없이 추적하고 있다.

증여세 신고기준은 '시가'다. 시가를 알 수 없을 때 '기준시가'(공시가격)를 대신 활용할 수 있지만 아파트는 유사한 주택의 매매가격을 시가로 본다. 의도와 관계없이 B씨처럼 과소 신고했다면 수정 신고하는 편이 유리하다. 최근 신고가가 속출하는 시기에는 유사매매가액이 훌쩍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소 신고에 대한 가산세는 없지만, 수정 신고·납부 시점이 증여세 납부기간(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을 넘겼다면 수정 신고·납부분에 대한 납부지연 가산세는 내야 한다.

/사진=국세청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재산가액을 증여세 부과 기준 미만으로 잘못 판단해 증여세 신고를 아예 안 했다면 무신고 가산세까지 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증여 시점이 부동산 가격 급등기이고 주택의 시가(유사매매가액)나 공시가격이 배우자 공제액 기준에 가까운 경우, 증여 직후 과세표준(증여세)을 '0원'으로 해 신고를 조기에 마치면 이후 무신고 가산세 부과 우려를 차단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자금 출처 불분명하다면 끝까지 추적

/사진=국세청

국세청은 또 C씨 같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이들은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방침이다. '자금출처분석시스템'을 통해 다주택자 등 자산가의 재산변동상황을 상시 관리해 자금흐름과 출처를 빈틈없이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증여과정 등에서 인정받은 채무는 만기 상환시까지 상환내용을 매년 정기적으로 사후관리를 통해 면밀히 점검하는 것은 물론 자력 없이 다주택을 보유한 연소자, 채무 상환자에 대한 자금출처를 확인해 편법 증여 혐의가 있는지 정밀 검증한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변칙적 탈루행위 단속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 과장은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통해 시가를 반영하지 않은 저가신고, 10년 내 다른 증여재산의 합산신고 누락 등 불성실 신고행위를 차단하고, 주택 증여자의 최초 주택 취득단계의 자금출처를 분석해 법인자금 유출 등 부당한 방법을 이용한 주택의 취득 여부를 치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채무를 활용한 부담부 주택 증여에 대해서는 채무의 자력 상환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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