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USB 비공개 가닥..文대통령 뼈아픈 학습효과도 작용
최재성 "절대 공개 안돼..野 명운 건다면 검토할 수도"
NLL 대화록 학습효과..남북정상 신뢰 차원 비공개 무게
외교상 기밀문서 해제 과정 거쳐야 하는 절차적 문제도
추후 공개 방침 정해질 경우 국회 정보위 활용 가능
"비취인가 소지한 정보위원들만 열람하는 방안 현실적"
[서울=뉴시스] 김태규 홍지은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민의힘이 제기한 '북한 원전 극비리 건설 추진설'과 관련해 당시 작성했던 문건 원문을 전격 공개하면서 관심의 방향이 청와대로 쏠리게 됐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新)경제 지도 구상'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까지 공개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4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북풍 공작'이자 색깔론에 기반한 '터무니 없는 정치 공세'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논란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남북 정상간 신뢰 유지 차원에서도 USB 공개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강경론 속에 논란의 조기 진화를 위해 부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공개 불가 입장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는 정교한 대응을 모색하는 기류다. 당분간 국민의힘의 공세 수위와 태도를 살펴보며 적절한 시점에 공개 후 정치 공세에 대한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은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USB를 공개하라는 국민의힘 요구에 관해 "절대 공개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모든 것을 포함해서 검토를 하되, 반드시 야당이 이것은 책임을 지겠다고 걸면 그것은 저희가 면밀히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 공세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USB를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단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야당 책임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법적 책임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요구 대로 USB 공개를 할 경우 의혹의 사실 입증 책임을 다가오는 선거를 통해 묻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최 수석은 "야당이 자신 있으면 책임 있게 걸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 무책임한 마타도어나 선거용 색깔론이 아니면 야당도 명운을 걸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 뒤 "그러면 청와대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나왔던 '혹세무민', '정치공세', '색깔론', '터무니 없는 선동'이라는 청와대의 정서적 반응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구체적인 책임을 언급한 것은 '북풍'을 재보궐 선거에 활용한 데 따른 책임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적 행위"라는 발언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반응 이후 나온 청와대 측 공개 발언이라 더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고 정면 비판했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표현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쟁점화 한 사실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학습 효과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문 대통령은 통일부 국장 신분으로 정상회담 기록을 담당했던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검찰 수사의 고충을 겪은 바 있다.
실제 대화록 속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 포기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졌음에도 문맥을 재단해 활용한 새누리당 선거 전략에 무기력하게 당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민주당과 민주진영 전체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 무력했던 것이 나와 민주당의 결정적 패인”이라고 술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은 임기 1년 동안 남북 대화 복원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신뢰를 깨고 USB를 공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인 이유 외에도 USB 공개는 외교상 기밀문서 해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절차적 문제도 있다. 해당 USB 내용은 통일부 기밀문서로 지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만일 추후 USB 공개 방침이 정해진다 하더라도 국회 정보위원회를 활용한 부분 공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밀취급인가를 소지한 정보위원들에게 USB 내용을 열람하게 하는 방식을 통한다면 기밀 해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기밀 해제야 기술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정상간 주고받은 내용을 공개하는 건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면서 "특히 남북 정상간 주고받은 걸 공개한다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만일 공개한다 하더라도 국회 정보위에서 비취인가를 소지한 위원들만 열람하게끔 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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