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금태섭에 '단일화' 궤도 진입..국민의힘 "은근히 신경쓰이네"

[2021 4·7 보궐선거]조정훈은 "제3지대 비전·가치 안보여" 선 그어

금태섭 전 의원이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의 한 공연장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1대1 경선을 제안했다. 공동취재사진

금태섭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제안한 ‘제3지대 경선’이 본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금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조만간 만나 경선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의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경선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자체 경선 일정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으로선 은근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태섭 “안철수와 회동 일정 조율 중”

금 전 의원은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 안철수 대표에게 전화를 드려 제3지대 사전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갖기로 했다. 날짜와 장소 등 실무적인 사안을 조율하고 있는데, 조만간 만나 뵙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앞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 대표에게 각 정당의 경선 일정에 맞춰 ‘제3지대 단일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안 대표가 “연락이 오면 만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후보와의 ‘최종 단일화’에 앞서 치르는 ‘사전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제가 드린 제안은 저는 물론이고 안 대표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야권의 선거 승리를 바라는 국민들께도 선택의 기회를 드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도 이날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문화예술인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금 전 의원과 통화했고, 구체적인 일정은 실무선에서 협의가 되고 있다”며 “(1대1 토론 등) 그런 형식도 당연히 서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와 회동을 가진 사실도 알려졌다. 안 대표 쪽은 “조 의원의 참여 의지가 강하다”며 제3지대 경선의 성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다만 조 대표가 지난해 4·15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의 최종 단일화를 염두에 둔 제3지대 경선에 참여할 경우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조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제3지대 후보 단일화는 신선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더구나 새로운 비전과 가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경선 참여에 선을 그었다.

반기기만 하기엔 부담스러운 국민의힘

제3지대 단일화 논의를 지켜보는 국민의힘의 심경은 복잡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구상대로 당의 후보를 먼저 선출한 뒤 제3지대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반길 일이지만, 안철수-금태섭 경선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경우 당내 경선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제3 지대 경선을 거치며 덩치와 체력을 키운 상대와 최종 단일화 과정에 대면하게 되는 점도 부담스럽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서 반드시 우리 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룹과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 제3지대 후보도 무방하다는 그룹이 있다. 제3지대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는 관점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에서 회동한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오는 3일 김종인 위원장과 연석회의에서 단일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