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전망에' 달러 사재기 환테크 열풍
#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K씨(40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기회가 날 때 마다 꾸준히 달러 계좌에 돈을 모으고 있다. K씨는 "요즘 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달러 가치는 언젠가는 또 다시 상승할 것이니, 그 때 환차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K씨와 같이 미국 달러 가치가 쌀 때 달러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개인들이 보유한 달러화 예금이 180억 달러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달러 약세 전망에 개인들이 대거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 거주자 중 개인이 보유한 달러예금이 전월(170억5000만 달러)보다 4.3%(7억3000만 달러) 증가한 177억8000만 달러(약 19조6400억원)를 기록했다. 개인의 달러예금이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째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 180억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 성격의 개인 달러 예금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외화 예금은 942억 달러로 전월에 비해 5억9000만 달러 늘었다. 환율이 내린 달러와 유로예금이 각각 1억8000만 달러, 2억1000만 달러 늘어난 반면 가치가 계속 올라간 중국 위안화 예금은 1억2000만 달러가 줄었다.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 1280원까지 치솟았다가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으로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리자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7월 달러당 1200원, 12월엔 1100원선이 깨졌고 요즘엔 하락 속도가 다소 둔화돼 1100원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달러 예금은 은행별로 우대항목을 충족하면 연 0.10% 전후의 우대금리를 챙겨주기도 하지만 미국의 '제로금리' 사정을 반영해 사실상 연 0% 수준이다. 이자를 기대할 수 없는데에도 은행권 달러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고있는 데에는 조금이라도 쌀 때 달러를 사 놓는게 이익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사 두면 리스크 헷지 기능을 할 수 있다.
한편 보험권의 외화보험 가입 건수도 2017년 5355건에서 2018년 5만1745건, 2019년 7만8643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7575억원 어치가 판매, 2019년 한해 판매액의 78%에 달했다.
하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환테크를 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달러 예금은 고객이 직접 달러 지폐를 통장에 입금한 것이 아니라 원화가 환전돼 전산으로 달러가 입금된 경우 나중에 달러 지폐 인출시 1~1.5% 수준의 현찰수수료를 떼야 한다"면서 "달러 지폐가 필요하지 않아 원화로 환전해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달러예금 통장은 예금자 보호가 5000만원까지 되긴 하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는 보장해주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올해 원화 가치 상승, 달러 가치 하락을 내다보고 있다. 연내 1100원 수준으로 하락세를 유지하고 2022년에는 더 내려가 최저 105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외환시장에서도 대규모 미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달러 약세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프 켄드릭(Geoff Kendrick) SC그룹 신흥시장 FX(외환) 리서치 담당자는 "올해도 달러화는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 같다"면서 "아시아 신흥국의 낮은 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오히려 신흥시장 자산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해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해석에 따라 향후 기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은행 점포 폐쇄 어려워진다…외부인참여 사전평가 의무화
- 테슬라, 비트코인 샀다…신고점 경신
- 택시 미터기 조작막고 月단위 구독제 가능해진다
- 소진공, 전통시장 3대 서비스 개선사항 점검 및 명절 전통시장 이용촉진 캠페인 나서
- 교보생명, 아마존 DNA 품고 디지털 패러다임 가속화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스멀스멀 떠오르는 엔비디아 ‘저평가론’
- “가상 부부의 인연에서 진짜 우정으로”… 김소은, 눈물 속 故 송재림 배웅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