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격수업 불만 속 1학기도 '비대면'..등록금 갈등 재현되나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등록금 감면 길 열렸지만 실효성 떨어져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주요 대학들이 올해 1학기도 비대면수업 위주로 학사를 운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원격수업의 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학사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학 등록금을 면제 또는 감면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처음 적용되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측된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이 최근 1학기 학사운영계획을 확정했다. 비대면수업 위주로 운영하되 실험·실습·실기 과목이나 소규모 강의는 제한적인 대면수업을 허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는 개강일인 오는 3월2일부터 3월15일까지를 '비대면 운영 주간'으로 지정했다. 대면수업이 꼭 필요한 실험·실습·실기 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3월16일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하는 정도에 따라 실험·실습·실기 과목이나 소규모 이론 강좌 등의 대면수업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고려대도 1학기 초에는 대면수업을 최소화하고 원격수업 위주로 학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2.5단계까지는 대면·비대면수업을 병행할 수 있지만 대면수업을 하더라도 강의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거나 녹화해 제공해야 한다. 성격상 비대면수업이 어려운 경우, 수강신청 이전에 대면수업 시행을 고지한 경우, 수강생 모두의 동의를 얻은 경우 등에 대해서만 대면수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학기도 '전면 비대면'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오는 4월12일을 기준으로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 조정될 경우 미리 신청한 실험·실습·실기 과목에 대해서만 중간고사가 끝난 오는 4월26일부터 제한적 대면수업을 허용한다. 이때도 수강 인원을 정원의 2분의 1 이하나 10명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대학들은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서강대는 쌍방향수업을 실제 수업시간과 동일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3학점 강의는 75분을 채워야 한다. 녹화 강의의 경우에도 2019년 이후 촬영된 자료만 사용해야 하며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충 설명, 토론, 문제 풀이 등을 병행해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원격수업의 질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2373명을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한 '올해 휴학 계획'에 따르면 전체의 26.4%가 1학기에 휴학하겠다고 응답했다. 휴학 이유로는 40.9%(복수응답 가능)가 원격수업의 질이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해 9월21일부터 10월4일까지 대학생 4450명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도 전체의 71.0%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대학 교육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학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절반이 넘는 56.5%에 달했다.
대학가에서는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1학기부터 적용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등록금 반환법)이 등록금 반환 요구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등록금 반환법은 각종 자연·사회재난으로 대학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시설 이용, 실험·실습에 제한이 생기면 대학이 학생들과 협의해 등록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달 21일 시행돼 이번 1학기에 처음으로 적용된다.
다만 등록금 감면 또는 면제가 강제 사항은 아니여서 실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됐고 서울 주요 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이 대부분 200%를 넘는 상황이라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감면 결정을 내릴 대학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효과는 없는 허울뿐인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 "대학들이 서버를 확충하거나 교수들에게 마이크·카메라 등을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원격수업의 질이 얼마나 높아질지 알 수 없다"며 "지금도 많은 대학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들이 요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재정이 어려우니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 협의를 통한 등록금 감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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