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정 한투연 대표 "공매도 1년 더 금지해야, 특정 종목 매수 집단 행동은 안 할 것"

홍준기 기자 2021. 2. 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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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개인 주식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매도를 1년 정도 더 금지하고 내년 3월에 최종적으로 허용할지 금지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정의정(63)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2일 “수십년간 외국인·기관에게 유리한 공매도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돈을 잃어왔다”며 “이번에는 국내 증시 내에서 공매도 수익이 해외 증시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수준은 아닌지 등을 따져보고 제도의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투연은 지난 1일부터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국회 앞으로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등의 메시지가 외부에 표시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그는 “계속 공매도가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지난 3월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10개월 동안 국내 증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인가?

“2016년 6월부터 2019년 6월 사이 3개월 동안 공매도 투자 수익이 개인 신용 거래 수익의 39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공매도 거래가 100번 있었다면 수익을 내는 ‘승률’이 97.5%라는 것이다. 그만큼 기관·외국인이 공매도로 수익을 냈고, 그 대척점에 있는 개인 투자자가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이건 개인 투자자에 대한 ‘불공정한 착취’에 가깝다. 주변에서 늘 ‘주식 투자하면 망한다’ ‘도박이나 다름없다’라고 이야기를 듣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공매도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다.”

-공매도가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종목의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주는 등 순기능이 있다.

“공매도 세력이 기업의 회계 부정 등을 잡아내는 등 순기능이 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공매도를 ‘좋은 제도’라고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내 증시에서는 10개월 동안 공매도가 없었는데 무슨 부정적인 ‘통계’가 나왔느냐.”

-공매도를 금지하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꾸 ‘공매도도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공매도 반대하는 사람에게 겁을 주기 위한 협박용 같은 주장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증시처럼 공매도로 개인이 크게 피해를 보지 않았으니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 그러니까 1년 동안 더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공매도로 인해서 개인이 크게 피해를 보는지 아닌지 연구 용역을 통해서 실제로 살펴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 자금이 일부 흘러나간다고 해도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어마어마한 수준이기 때문에, 증시로 이동하는 개인 투자자 자금이 외국인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다.”

-그럼 개인도 공매도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면 안 될까. 요즘 공매도와는 다르지만,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다.

“개인이 공매도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위험한 정책이다. 현재 공매도 거래규모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1% 정도다. 이를 10%, 20%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쉽게 생각하면 맞는 방향인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은 정보력이나 자금력, 공매도 매매 기법에 있어서 그간 숙련된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을 이길 수가 없다.”

-한투연을 결성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은행과 대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으로, 2년 전쯤 은퇴를 했다. 1989년부터 투자를 했는데 투자했던 기업이 상장폐지를 하면서 돈을 잃었던 경험도 있는 그런 평범한 투자자다. 2019년 10월 정도에 주변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다 손해만 보는 현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회원 수가 적었는데 현재는 3만6000명 정도로 늘었다. 작년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강화를 유예하도록 만든 것은 나름 한투연의 성과라고 본다. 이제는 정부가 매번 손실만 보던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주식 개인 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2월 1일부터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국회 앞을 지나는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공매도 반대 버스 운행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버스를 2월 한 달간 운행하는 비용은 600만원 정도 된다. 이 비용은 모두 회원들이 보내준 회비로 충당했다. 버스에 있는 문구는 내가 정했고, 디자인은 한투연 회원 중에서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 ‘재능 기부’를 한 것이다.”

-뉴욕 증시의 게임스톱 사태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활동 계획이 있나?

“한투연 인터넷 카페에도 ksteetbets라는 게시판을 어제 만들었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공매도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모인 게시판 이름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서 따온 이름이다. 다만 뉴욕 증시의 개인 투자자처럼 특정 종목을 찍어서 집중 매수하는 등의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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