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음원계 넷플릭스'라지만.."아이유·임영웅 노래도 없네?"
음원 점유율 37% 카카오M과 계약 불발
1위 멜론 위기감에 "음원유통 쥐고 견제" 해석
"특정 업체의 힘이 과도한 탓…피해는 소비자"
한국 시장진출을 지난 1년간 준비해 온 스포티파이가 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1만1990원, 2명이 등록하면 각 8990원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이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6000만곡 이상의 음원과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다. 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 등 국내 업체들은 스포티파이의 상륙이 한국 음원 시장에 미칠 파장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스포티파이가 일부 음원 확보를 하지 못한 채 국내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최대 음원 유통업체인 카카오M과 계약을 맺지 못했다. 카카오M은 아이유 등 유명 가수들의 음원을 손에 쥐고 있고 산하에 음악 레이블사 4곳을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M의 음원 유통 점유율은 3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국내 1위 음원 서비스인 멜론을 운영하기 때문에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스포티파이가 지난해 1월 한국 지사인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설립하고서 출시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린 것도 카카오M 등 국내 음악 유통사 및 권리단체들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으로 알려졌다. 스포티파이는 애초 지난해 가을쯤 공식 출시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예상보다 3~4개월이 더 걸린 셈이다.
한때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며 국내에서 압도적인 1위 음원 사업자였던 멜론은 계속해서 하향세를 걷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멜론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638만8000여명으로 국내 주요 7개 스트리밍 서비스 내 점유율 34.14%를 차지했다. 이어 지니(23.10%), 플로(16.23%), 유튜브뮤직(14.39%), 바이브(6.90%), 벅스(3.98%), 네이버뮤직(1.26%)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상 스포티파이의 마케팅 비용 때문에 계약을 끌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이용자들에게 가입 시 7일간 무료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구독 가입까지 하면 3개월 더 무료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프로모션 비용은 스포티파이가 전액 부담하기보다는 음원 유통사들과 분담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급 결정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카카오M 측은 "스포티파이와 음원 제공을 협의 중이라는 것밖에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스포티파이를 쓰는 이용자들이 음원 유통 문제 때문에 온전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특정 음원 업체가 갖는 힘이 크다 보니 해외 음원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발생하는 문제다"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이용자들이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애플뮤직도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했다가 충분한 음원을 확보하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업체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음악 추천(큐레이션)의 최강자다. 개인별 맞춤 음악 추천과 수많은 양질의 플레이리스트에 특화돼 있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이미 국내에서도 일부 사용자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주소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스포티파이를 사용할 만큼 인기가 크다.
카카오가 다른 음원 유통사들과 함께 스포티파이 등 특정 사업자를 배제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담합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스포티파이 출시를 앞두고 KT의 지니뮤직도 음원 유통 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려고 당연히 줄 수 있는 것을 안 주거나 계열사를 우대하려고 차별적 취급을 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행위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등 시장 전체 상황을 놓고 판단할 문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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