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에 일본 '동반자→이웃국가' 격하..'북한=적' 또 빠져(종합)

정빛나 2021. 2. 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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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등 불편한 한일관계 반영..중국과 '사드 갈등'은 삭제
'적' 포괄적 규정 유지..국방부 "북한 도발 시엔 적 간주·대응엔 변함없어"
국방백서에 일본 '동반자→이웃국가' 격하 (서울=연합뉴스) 2일 국방부가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는 일본이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사진 위 붉은 줄)라고 표현됐다. 이전 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사진 아래)라고 기술한 것과 비교하면 격하된 것이다. 2020.2.2 [출처 국방부 홈페이지]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우리나라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정부 공식 문건인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표현이 '동반자'에서 '이웃 국가'로 격하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삭제된 '북한은 적'이란 표현은 이번에도 제외되는 한편 굳건한 한미동맹이 부각된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 '가속화'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일본, '이웃국가' 기술에 그쳐…중국과 사드 갈등은 삭제

2일 국방부가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는 악화한 한일관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백서는 주변국과의 국방교류협력 관련 기술에서 올해도 일본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술하며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라고 표현했다.

이전 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기술한 것과 비교하면 격하된 것이다.

특히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독도 도발,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관계가 난항을 겪었고,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백서는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를 조건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현안문제에서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는 한편, 공동의 안보현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현안 문제'는 일본의 자의적인 수출 규제를 의미한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수출규제 이후 (한일 간) 여러가지 불편한 관계가 있어 국방부 차원에서는 '이웃국가'로 정의하는 게 가장 타당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방위성도 지난해 7월 내놓은 '2020 방위백서'에서 한국을 기술하며 '폭넓은 협력'이란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대(對)중 협력과 관련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2016년 상황은 삭제된 대신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한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이 기술됐다.

'적' 포괄적 개념 이번에도 유지…부적절 비판도

이번 백서에는 직전 판과 마찬가지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적시됐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는 문구도 2018년과 동일하게 남겨뒀다.

현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2018 백서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했던 문구를 공식 삭제하고, '적'을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규정했던 기조가 유지된 것이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정부가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추동하기 위한 마지막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2019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8차 당대회 등을 계기로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잇달아 공개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우리가 적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1995∼2000년 백서까지 주적이란 표현이 사용됐지만, 2004년 백서부터 주적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다. 다만 당시에도 '주적'이란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그래픽] 2020국방백서 주요국 기술 내용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jin34@yna.co.kr

'전작권 전환 가속화' 추가하고 "방위역량 조기 확충" 강조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방위역량을 조기에 확충하면서, 주기적인 준비상황 평가를 통해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 검증을 위한 3단계 연합검증평가 시행 진행 상황도 별도 꼭지로 편성해 비교적 상세히 기술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목표는 이전 백서에서도 기술된 것이지만, '가속화'라는 표현이 두 차례 추가되며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연합검증평가가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전작권 전환 추진 속도를 둘러싸고 한미 간 '미세한 온도차'가 잇달아 감지되는 등 계획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현 상황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백서에는 '전시 작전수행능력 향상' 관련 기술에서 '연합야외기동훈련(FTX)'과 관련, "'연중 균형되게 연합준비태세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하에…다양한 추가 훈련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연합작전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설명도 새로 등장했다.

2018년 북한의 비핵과 여건 조성을 위해 독수리(FE) 훈련 폐지 등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이 사실상 실시되지 않으면서 제기되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서는 또 지난해 국내 실시 기준으로 육군 29회, 해군 70회, 공군 66회, 해병대 7회의 한미연합훈련을 했다고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공군의 경우 전년 대비 각각 9회, 49회 늘어난 수준으로, 코로나19 상황에도 훈련 횟수가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비해 대면 접촉이 이뤄지는 육군과 해병대 훈련의 경우 같은 기간 60회, 17회씩 감소했다.

주한미군 주둔 관련 직·간접 지원 규모는 2018년 기준 2조9천억원으로, 2015년(3조4천억원·일시적 지원비 제외) 대비 약 1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지 주변 정비 비용'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협상과 관련해 백서는 "우리 정부는 국민과 국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협상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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