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네북'이냐?"..선거철 공약남발에 국책은행 난감

박광범 기자 2021. 2. 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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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2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공약으로 등장했다.

선거철 정치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공약을 내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이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은행 경쟁력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정치 논리로만 접근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여야가 이럴 때만 마음이 맞아 졸속으로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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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예정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2021.2.1/뉴스1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2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공약으로 등장했다. 야당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지역 균형 발전, 금융산업 경쟁력 등을 감안해 신중히 추진해야 할 금융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선거를 앞두고 ‘표심잡기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그는 부산을 ‘아시아 미래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을 이전시켜 명실상부한 금융특구의 모습을 갖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철 정치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공약을 내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여당이 불을 지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이전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해당 공공기관은 약 120곳이며 여기에는 국책은행 3곳이 포함됐다.

이후 정부·여당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논의한단 얘기가 나오면서 국책은행이 반발했다. 청와대가 지난해 7월 직접 나서 “KBS, 산은, 기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검토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나서야 논란이 일단락됐다.

그로부터 반년 만에 또다시 정치권발 지방이전 불씨가 살아나자 국책은행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다. 정치권이 금융산업 경쟁력을 검토해 신중히 추진해야 할 금융공공기관 이전을 지방에 주는 ‘선물’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국책은행들이 지방으로 분산되면 우수인력 유출과 집적 효과 약화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뒤 운용인력 유출로 인력난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치권이 금융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금융기관과 금융사를 한 도시에 모아 금융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노조도 반발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국책은행 이전 반대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국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면 금융산업 전체에 심각한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금융산업을 사지에 밀어 넣으려는 정치권에 맞서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정치권이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은 각각 ‘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법을 바꿔 이 조항만 삭제하면 중요한 걸림돌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가 맞으면 얼마든 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이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은행 경쟁력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정치 논리로만 접근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여야가 이럴 때만 마음이 맞아 졸속으로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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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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