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퇴직자들 "北 문건 문제없지만 삭제 시점이 아쉬워"

세종=민동훈 기자 2021. 2.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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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원전 추진 문건 삭제 논란을 바라보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과장급 OB(Old Boy, 퇴직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삭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북한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것으로 모였다.

과장급을 마지막으로 민간기업으로 이직한 C씨는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 원전, 삭제'라는 단어들이 갖는 폭발력 때문에 논란이 가열되는 느낌"이라며 "이런식이면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는 공무원들에게 '생각도 하지 말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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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출입문으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 데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대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0.12.3/뉴스1

북한원전 추진 문건 삭제 논란을 바라보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과장급 OB(Old Boy, 퇴직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삭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북한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것으로 모였다.

정책을 수립과정에서 전 수많은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문서화되는데 이중 대부분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종료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책으로 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삭제됐다고 해서 국기문란이나 이적행위라고 문제삼는다면 공직사회의 경직성만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부 전직 공무원 A씨(과장급)는 2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이라면 남북정상회담 같은 이벤트가 벌어지면 본인의 직무와 관련된 남북경협 사안들을 챙겨보기 마련"이라며 "너무나도 당연한 '업무로직'까지 문제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정책이 최종 입안되기까지 사무관, 과장, 국장 라인으로 보고되는 검토보고서 수십, 수백개가 나온다"며 "이중 살아남은 것들만 최종 정책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검토보고서로 남거나 삭제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장급으로 퇴직한 B씨는 "정책 수립을 하기까지 수많은 아이템이 보고서 형태로 내부는 물론 관계부처와 주고받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혹시 문제가 될지 몰라 북한 원전 문건과 같은 검토보고서에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이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측컨대 원전 관련 문서들이 통째로 들어있는 폴더를 삭제하면서 북한 원전 문건도 같이 삭제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과장급을 마지막으로 민간기업으로 이직한 C씨는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 원전, 삭제'라는 단어들이 갖는 폭발력 때문에 논란이 가열되는 느낌"이라며 "이런식이면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는 공무원들에게 '생각도 하지 말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 정부가 극비리에 추진했다고 해도 고작 6페이지짜리 문건으로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다만 공무원의 감사 직전 문서 삭제를 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국장급 퇴직자 D씨는 "별게 아니라면 굳이 왜 감사 직전에 삭제를 했겠는가"라며 "뭔가 연결된 문서가 별도로 존재할 가능성까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C씨는 "굳이 오밤중에 문서를 삭제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해당 문서가 극비인가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A씨도 "외교문서 등 보통 비밀로 분류된 문서는 별도의 관리체계가 존재한다"며 "공무원 몇몇이 오밤중에 PC에 있는 파일 몇개 지운다고 비밀문서가 삭제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결국 논란이 된 북한 원전 관련문서는 용도폐기된 보고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몸담았던 조직의 선후배들이 고초를 당하는 데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B씨는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이적행위'로 몰아가면 과연 어느 공무원이 국정과제를 수행하려 하겠는가"라며 "복지부동만이 살길이라는 생각만 견고해 질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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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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