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러브 액츄얼리'..'새해전야', 네 커플의 4色 로맨스 [종합]
'새해전야' 9人이 선사할 힐링 러브스토리
최수영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
유연석 "아르헨티나 촬영, 당시엔 소중함 몰랐다"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시작과 끝의 경계에 있는 네 커플의 위태롭지만 설레는 사랑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영화 '새해전야'다. 이혼 후 새로운 새출발하는 커플부터 국제결혼을 앞둔 커플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지며, 인생의 전환점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 지난 1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새해전야'의 언론시사회 및 스크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홍지영 감독과 배우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염혜란, 최수영, 유태오가 참석했다.
김강우·유인나, 유연석·이연희, 최수영·유태오가 각각 커플 연기를, 이동휘는 중국인 배우 천두링과 예비 부부로 호흡을 맞췄고, 염혜란은 이동휘의 극 중 누나로 등장한다.
이번 영화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의 일주일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홍 감독은 "각각의 커플이 1월 1일 일주일 전을 어떻게 보낼지를 한 드라마로 엮었다"며 "일과 사랑에 부족함이 있는 9명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얘기를 펼쳐나갈지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새해전야'는 지난해 연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에 개봉을 미뤘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우리에게 새해가 한 번 더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시국에 개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영화의 키워드는 다양성"이라며 "커플별, 상황별, 캐릭터별 다양성이 있다. 새해전야라는 동시기를 맞은 우리 모두의 외로움과 설렘을 담았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되도록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김강우는 이혼 4년 차의 형사 지호 역을 맡았다. 유인나는 이혼을 앞둔 재활 트레이너 효영 역을 맡았다.
친근한 느낌을 위해 뽀글머리로 펌을 한 김강우는 "옆에 사는 아저씨 같았으면 했다. 강력반 형사라고 하면 갖춰져 있는 느낌이지만 그런 이 사람도 이혼 4년 차의 별 볼 일 없는 남자다.그런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해서 머리를 말아봤다"고 밝혔다.
앞서 발랄하고 쾌활한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던 유인나는 이번 영화에서는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인나는 "제가 그동안 연기해왔던 캐릭터들은 과장된 표현을 하는 인물들이 많았는데 효영이 표현이 많은 편이 아니라는 점에 일단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 당당하지만 내면은 여린 사람이고, 그걸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내적 모습과 외적 모습의 미묘한 괴리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재활 트레이너로서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운동을 하고 클라이밍 연습을 했다. 감독님이 저한테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그날 바로 단발로 잘랐다"고 덧붙였다.
유연석은 아르헨티나에서 와인 배달 일을 하는 재헌 역을 맡았다. 이연희는 남자친구의 일방적 이별 통보에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 역을 맡았다.
유연석과 이연희는 지금은 꿈같은 아르헨티나에서의 촬영을 추억했다. 유연석은 "영화를 보니 아르헨티나 장면이 특히 고맙게 느껴진다. 영화가 코로나19 이전에 촬영돼 그때는 그만큼 소중함을 몰랐던 것 같고 그립기도 하다. 당시 아르헨티나 현지인들과 소고기도 먹고 와인도 마시고 했던 추억이 하나하나 지금은 에피소드처럼 느껴진다"고 회상했다.
이연희는 "우리가 촬영했을 때 코로나19 사태를 상상도 못 했다"며 "영화를 보니 해방감이 느껴지고 이과수폭포가 너무나 시원해보인다. 그때 촬영이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다시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금은 그러지 못하지만 대리만족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동휘는 중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결혼 자금을 털린 여행사 대표 용찬 역을 맡았다. 용찬의 예비신부 야오린 역은 중국의 라이징 스타 천두링이 연기했다. 염혜란은 용찬의 누나 용미 역을 맡았다.
이동휘는 유창한 중국어 연기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는 "노래처럼 중국어 대사를 외웠다. 자다가도 대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연습했다"며 "어머니가 중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채널을 즐겨보시는데 집에 문 열고 들어올 때마다 TV 소리가 노래처럼 들려온다. 아무래도 어머니께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면서 웃었다.
염혜란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서 덥석 물었는데 나는 로맨스가 없더라. 극 중 코치님과 눈빛 교환도 해봤는데 잘 안 나왔다"며 웃었다. 또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날이 펼쳐지지 않을까 같이 설렘이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이 그러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천두링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동휘는 "천두링의 열정이 대단하다. 제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고 중국어 연기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보고 싶고 건강히 잘 지내다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염혜란 역시 "많이 보고싶다"며 "저는 평소에 왜 중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언어를 알았다면 더 소통할 수 있었을 텐데 답답하기도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에도 나오지만 교감하면서 눈빛으로 다 읽히는 순간이 있어서 배우 대 배우로서 감동적이고 마음이 열렸다"고 말했다.
최수영은 사랑 앞에 어떤 장애도 없다고 믿는 원예사 오월 역을, 유태오는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래환 역을 맡았다. 극 중 두 사람은 주변의 편견에 조금씩 흔들리는 오랜 연인으로 등장한다.
유태오는 "패럴림픽 선수에 관한 소재를 못 봐서 끌리기도 했다. 여러 형태의 사랑 이야기들이 한 영화에서 조화롭게 만난다는 건 영화적으로 클래식하기도 하다.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같다. 그런 클래식한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래환에게 신체적 장애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고 오월과의 사랑에서도 어떤 문제가 되지 낳는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 때문에 두 사람이 흔들리는데 이들이 이 편견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긍정적인 모습의 오월을 연기한 최수영은 "오월처럼 밝고 사랑스럽기만 한 캐릭터 연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이 때 장르물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피가 가득한 살인현장에서 연기하다가 '새해전야' 촬영장에 와서 맑게 개안하고 힐링하고 갔다"면서 웃었다. 또한 "오월은 성품이 훌륭한 사람이지만 특별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젊은이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러브 액츄얼리'는 워너비 영화고 우리는 그렇게 되려고 애썼다"며 "지호·효영 커플은 어른스러운 사랑을 주문했고, 재헌·진아 커플은 아르헨티나라는 로망을 지향하는 자유로운 젊은 커플로 정의할 수 있겠다. 용찬네 가족으로는 문화와 언어가 다른 가족이 배려하다가 오히려 일이 커져버리는 모습을 담았다. 래환·오월 커플로는 우리가 불필요한 색안경을 끼고 있지 않나 묻고 싶었다. 풋풋하고 건강한 커플이라 힐링 커플이라고 하고 싶다"고 각 커플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에서는 새해를 앞두고 모인 많은 사람들,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다. 배우들은 코로나19 시국에 이 같은 모습이 담긴 영화에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김강우는 "행복이 거창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행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인나는 "행복에 대해 예전에는 조건이 많았다. 하지만 몇 년 전 부터는 맛있는 음식과 햇빛과 친구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니 훨씬 더 행복하게 살게 됐다"고 전했다.
최수영은 "영화 소개에 '비수기를 끝내고 행복해지고 싶은 커플들'이라는 멘트가 있는데 갈등이 없었다면 마지막에 행복을 얘기할 수 있었을까 싶다"며 "갈등, 고난, 아픔 같은 부정적 단어를 행복이라는 단어와 나란히 하면 행복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태오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는 게 행복 같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이다. 자유가 무엇이냐고 제게 질문해본다면 두려움 없이 사는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은 방역수칙을 잘 지켜 영화를 관람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연석은 "연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순간을 담았다. 시공간 여행을 하고 왔다는 생각도 했다. 그립기도 하고 언젠가 저때로 다시 갈 수 있다는 희망도 느끼게 됐다"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최수영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놨다는 말이 있지 않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김강우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멋진 이과수폭포와 아르헨티나의 풍광도 나오지만 서울에도 이렇게 멋진 곳들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귀여운 연기는 덤이다"며 "영화롤 보고 답답한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새해전야'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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