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로 시험대 오른 바이든 '민주주의 리더십' 외교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강력 비판하며 제재 부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이 미얀마 군부의 의지를 꺾을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다 자칫 중국의 영향력만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주의 수호와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 사이에 딜레마가 놓여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표방한 ‘민주주의 리더십 외교’가 조기에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얀마 쿠데타를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버마 군부를 압박하는 데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면서 군부를 향해 즉각적인 권력 포기, 구금자 석방, 통신 제한 해제, 시민에 대한 폭력 자제 등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미얀마의 민주화 진전에 따라 제재를 해제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진전을 뒤집는 것은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 재검토를 필요하게 만들 것이고 적절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총선으로 정권의 민간 이양이 이뤄진 이후 해제한 제재의 복원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비난의 수위는 높았지만 제재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일단 미국에 대한 미얀마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11월 의류·섬유류를 중심으로 미얀마에서 9억6900만달러(약 1조800원)을 수입했다. 카타르·모로코에 이어 70번째 수입국이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을 이유로 군부 인사 상당수가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제재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더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얀마의 전체 무역량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며, 미국과 미얀마의 교역량은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215억달러(약 24조원)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두번째였다. 미국의 제재가 복원되면 미얀마로서는 중국에 더욱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제재의 부담이 서민들에게 전가될 경우 시민들의 ‘반미정서’를 자극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비난하면서도 ‘군부의 권력 장악’이라고 부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쿠데타로 규정할 경우 미국 국내법상 향후 미얀마와의 외교적 관여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릭 미첼 전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는 워싱턴포스트에 “민주주의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을 이루는 기둥 중 하나이므로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면서 “관건은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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