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매몰" vs "선제 격상 중요"..'보상 필요' 한목소리
"거리두기 실증적 근거 부족..단체기합 방식"
"돌봄 퇴보, 요양·복지시설 인권침해 요소도"
"자영업자 한계 넘어..9시 제한도 개편해야"
"확산 이뤄지는 곳엔 거리두기 강하게 해야"
"환자증가, 의료체계 위험..보상 않은 게 문제"
[세종=뉴시스] 임재희 김정현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 이후 1년가량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복지·경제 전문가들은 종교시설 등 특정 시설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에 자영업자 등이 희생하는 현재 거리 두기 체계는 근거가 부족하고 다른 나라보다 엄격해 특정 계층 피해 집중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료·방역 전문가들은 여전히 환자 수 감소가 중요하다며 선제적으로 격상하고 하향하는 쪽이 단계적 격상보다 피로감을 줄이는 등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전문가들은 방역 필요성에 따라 영업 제한 등이 이뤄질 경우 그에 대한 피해 보상은 당연하다며 뜻을 같이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개최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국보건행정학회장)는 "당국의 정책이 거리 두기 단계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난 1년간 거리 두기 체계를 평가했다.
권 교수는 "사실상 거리 두기가 확진자 수를 얼마나 줄였는지 실증적 근거가 없다"면서 "거리 두기를 아예 안하는 것은 엄청난 파국을 불러 일으키겠지만 완벽하고 완전하게 봉쇄할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그 중간단계인데 그게 어떤 것인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쳐 올 때 근거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거리 두기) 피로도에 따른 고민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이나 이용 행태 등 사전 위험도 평가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집합금지나 영업 제한을 하는 지금의 거리 두기는 '단체기합'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종교시설이나 교정시설 등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는 시설은 따로 있는데 그보다 환자 발생이 적은 시설들이 애꿎은 영업제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현재는 어떤 시설 유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문을 닫게 하고 있는데 이건 단체기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수가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다수의 선량한 시설이 문을 닫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발표한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패러다임 발표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은 회사(20%), 가족·지인(18%), 종교시설(15%), 의료기관(10%), 요양복지시설(8%), 교육시설(7%) 순이었다. 반면 거리 두기 격상시 영업에 제한되는 시설은 유흥시설 외에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들이다.
김 교수는 "방역지침을 안 지키는 교회나 요양병원이 거리 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라며 "국가가 제대로 관리할 시설에 방역지침을 강제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긴 확진자 수 증가를 나머지 국민들이 단계를 올려 더 강화된 규제 속에서 삶을 사는 것으로 메꿔주는 것"이라고 했다.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선 분야별로 거리 두기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복지·경영·경제 분야 교수들은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학교 등 교육시설과 복지시설 등부터 운영을 제한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 대응과 관련한 정책 결정이 상당히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누리는 중·장년 남성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었다"라며 "30년 노력을 통해 돌봄 문제의 사회화에 진전이 있었는데 한순간 가족과 여성 책임으로 회귀해 여성의 사회 참여, 경력 유지 노력이 굉장히 퇴보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사회복지시설은) 지침을 보면 2단계시 면회, 외출·외박이 금지돼 있는데 서구에서 이뤄졌단 록다운(lockdown·이동 제재) 수준 조치가 2단계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굉장히 인권침해적 조치"라며 "필수시설로 보고 대응하는 생활시설과 달리 복지관 등 이용시설은 여가시설로 규정하는데 재가서비스로 전환하거나 방역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진행해야지 여가로 보고 차단하는 건 이분들의 발언권이 반영되지 않아 나오는 문제"라고 했다.
현재 실내체육시설과 노래연습장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되는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식당·카페는 매장 내 취식 금지) 조치를 두고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의 40% 가까이가 자영업 부채로 장사 규모를 늘리겠다는 투자 목적이 아니라 적자 메우기에 급급한 식의 부채라면 앞으로 악성 부채가 될 수 있다"며 "IMF가 한국 경제를 전망한 지난해 -1%는 상당히 선방했지만 수출도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이 정도 선방이 됐다. 그래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작년엔 '연말에 끝나겠지' 하며 참을 수 있었는데 올해로 오면서 한계를 넘어섰고 한계를 넘어서면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저녁 시간대 자영업자 수입이 많은 국가인데 9시 이후 제한은 큰 영향을 미친다. 감염이 늘어난 정도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장기전을 염두에 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방역 전문가들은 여전히 확진자 수를 줄이는 일은 중요하고 따라서 거리 두기 자체보다는 운영에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거리 두기 조치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거리 두기 단계를) 2단계, 2.5단계 올리는 방향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줬다"며 "초기에 강하게 하고 낮춰나가는 게 피로감을 덜 느끼고 효과를 더 보고 경제적 피해 최소화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나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다. 코로나 유행이 벌어지면 어디서 확산이 이뤄지는지를 포착해 확산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이 부분에서 거리 두기가 강하게 있어야 한다"면서도 "지금 이 단계라는 게 과연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거리 두기와 맞물려 그 조치를 취하지만 얼마나 적절했는지 평가하고 종합해서 그 근거를 가지고 조정한다거나 역학조사나 방역 대응하는 조치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최원석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발생 수가 절대적이어서만은 안되지만 환자 발생 수가 무의미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집단발병이 일어나는 요양시설과 병원이 관리를 안 해서 집단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인실로 이뤄진 구조상 그 안에서 거리 두기는 불가능하고 이 시설이 관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리스크(위험)가 이곳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이나 시설, 구치소 등으로 유입을 막는 건 이 질환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은 자영업자나 영세한 분들,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분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충분하게 보상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 모두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순만 교수는 "유급병가, 상병수당 등 제도적 장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고 강제로 영업을 제한했으면 당연히 정부에서 보상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외면하고 그분들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들에 정부도 공감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저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희생에 있어 영세·자영업자 시설 집합금지나 영업제한보다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시켜 국민 개개인이 피해를 보더라도 시설 영업권을 보장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를 중심으로 위험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해제시키고 위험도 높은 곳을 집중 관리하는 부분도 고려하겠다"라며 "좀 더 정밀하게 세분화한 방역수칙을 지정해야 한다는 것도 필요한 개선 작업"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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