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거리두기는 '단체기합'식.."불평등 심해질 것"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2021. 2. 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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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거리두기 단계 개편 위한 공개토론회
김윤 교수 "거리두기 강도 지나치게 강해"
"한국 선제적 거리두기 대응 긍정적" 평가도
"소상공인 무너지면 고용 측면에서 대안 없어"
"거리두기 강하게 유지할 경우 불평등 심화"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린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1인 시위를 나서며 영업시간 연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엄격해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등 특정 계층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거리두기 정책이 결국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김윤 보건대학원 교수는 2일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소수 시설이 방역을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방역을 잘 지키는 다수의 선량한 집단이 피해를 보는 건 '단체기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정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고위험시설로 규정한 뒤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다고 밝혔다.

주요 국가별 10만명당 확진자 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 지표를 보면 미국은 59.7명에 강도 56, 스웨덴 42.3명에 47, 프랑스 39.2명에 55, 독일 20명에 51, 노르웨이 8.8명에 41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만명당 확진자 수 1.1명으로 매우 적지만 거리두기 강도는 47에 달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과도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라며 "거리두기 기준을 정할 때 너무 적은 확진자 수에 보수적으로 높은 단계를 적용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리두기 정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나눠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소상공인이나 비정규직 등 특정 계층에 비용이 집중된다고 진단했다.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김 교수는 "거리두기를 강하게 하면 확진자 수를 줄일 수는 있지만 문을 닫는 자엽업자들의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보상해야하는데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력하게 하고 보상은 해주지않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 재정 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재정지원지수가 47로 낮은 편이다. 영국의 경우 95, 스페인 82, 프랑스 70, 이탈리아 66 등이다. 재정 지원지수는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현금 지원 및 채무 탕감 수준을 지수화한 지표다.

GDP대비 재정지원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28%, 영국은 26%, 포르투갈 19% 등으로 주요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다. 김 교수는 "기재부 장관님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말하셨는데 정부 명령에 의해 문을 닫아야하는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히 확진자 수에 매몰되면 안 된다"면서 노인 돌봄 문제, 학교가 문 닫을시 생기는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 임산부, 투석 관리 잘 못해서 발생하는 초과 사망 문제 등 다른 부분을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함께 발제를 맡은 서울대 권순만 보건대학원 교수도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문제점과 취약계층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권 교수는 "방역 대책 강도가 높아지면 확진자 수 낮아지길 기대하지만 꼭 그런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확진자 수가 증가한 후에 거리두기 단계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정책이 확진자 수를 얼만큼 줄였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취지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선제적 거리두기가 효과 있다고 하는 논문을 본 적이 없다"며 "경제와 건강·보건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 경제가 나락에 떨어지면 몇년 후에 건강 악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균적인 확진자 수와 국민들의 전체 이동량 등 수치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전반적인 이동량 평균 감소보다는 타게팅을 하는 것이 확진자 감소에 효과적"이라며 "고위험 시설인 요양병원에서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지는 토론 과정에서는 선제적인 거리두기 조정 방안과 신속한 방역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립대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는 "전 세계적인 상황을 볼 때 우리나라가 분명히 잘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균형있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뉴질랜드나 대만 등을 보면 초기에 거리두기 등 역학 대응이 긴밀해 긍정적이었다고 보고 상반기 우리나라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에도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들이 제기됐다.

나 교수는 "우리나라 역학조사를 보면 일단 조치를 취하지만 이후 조치가 얼마나 적절했는지 평가·종합한 뒤 그 근거로 거리두기 조정에 반영하거나 등의 대응조치에 대한 부분은 아쉽다"고 언급했다.

중앙대 이정희 경제학부 교수는 "1년간 몇 개월정도 끝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길어지면서 팬데믹 후유증이 길어지고 있어 사회 경제적 비용이 추정하기 어려울만큼 커지고 있다"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키면서 가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서 자영업 비중이 3-4위 된다"며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상공인 고용 비중이 40% 가까이 차지하는데 소상공인 고용 비중도 줄고 있다"며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고용적인 측면에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윤 교수도 마무리 발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해서 확진자를 줄이면 수출하는 대기업은 별 문제가 없고 경제성장률은 높게 유지돼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심해진다"며 "특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진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평균만 볼 게 아니라 그 내부의 불평등 구조를 봐야한다"며 "지금같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하는 방역정책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지금보다 훨씬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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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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