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는 왜 이 시점에 쿠데타를 일으켰나?

이여진 2021. 2. 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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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얀마 군부가 어제 새벽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감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왜 이 시점에 쿠데타를 일으킨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여진 기자!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배경이 뭔가요?

[기자]

미얀마는 사실 군부 지배를 53년간 받은 나라입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에서는 1962년 쿠데타를 통해 군사 정부가 집권했습니다.

그러다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 NLD가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며 반세기 넘게 이어오던 군부 지배를 끝냈습니다.

5년 임기가 끝나고 지난해 11월 8일 총선에서도 NLD가 전체 의석의 83%를 차지하며 문민정부 2기 시대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군은 선거 직후부터 유권자 명부가 860만 명가량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는데요.

선관위는 증거 불충분으로 지난주 기각했습니다.

이에 지난달 말 군 대변인과 최고 사령관의 쿠데타 가능성 언급이 나오며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됐습니다.

이후 유엔과 외교단의 우려 표명이 잇따르자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틀 만에 뒤집고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어제는 총선 후 첫 정기 국회 회기를 맞아 의원들이 국회에 모일 예정이었습니다.

[앵커]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군부의 움직임은 지금 어떻습니까?

[기자]

1년간의 군부 통치가 끝나면 새로운 선거를 열고 거기에서 승리한 정당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11월 총선 결과는 인정을 못 하겠다는 거죠.

지난해 총선에 부정이 있었는데 정부가 해결을 안 해줬고,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연기도 안 해줬다는 게 군부의 주장입니다.

군부가 만든 미얀마 헌법에 따르면 군은 비상사태 선포 시 1년간 권력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비상 상황이니 군부가 나서 관리를 하겠다며 자신들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겁니다.

그러고선 문민정부 내각을 대거 교체했습니다.

군부는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고 군사정부에서 일할 국방·외무부 등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지명하며 본격적인 문민정부 지우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앵커]

아웅산 수치의 구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요?

[기자]

올해 75세인 아웅산 수치는 군사정권 아래 15년간 가택 연금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미얀마 독립운동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고문은 1988년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다가 이듬해 감금됐습니다.

이번에도 감금될 것을 예상했는지 수치 고문은 구금되기 전에 국민에게 "쿠데타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고 NLD가 밝혔습니다.

수치 고문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민주화 아이콘에 올랐습니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후부터는 미얀마의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앵커]

미얀마 내부 상황은 어떻습니까? 시민들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전화, 인터넷, 텔레비전이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 먹통이 됐습니다.

항공편도 끊겼습니다.

미얀마에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AP 통신이 전했고, 신화 통신은 5월까지 양곤 국제공항이 폐쇄될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부 청사와 도로 곳곳은 군부대가 지키고 있고요.

은행이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ATM기 앞에 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고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쌀과 컵라면 등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시 투 툰 / 대학생 운동가 : 우리의 희망과 바람을 거스르는 한 군은 절대 우리와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아웅산 수치 고문을 석방해 줄 것을 군부에 요구합니다.]

반면 군부 지지자들은 쿠데타 성공을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상점과 주택에서는 거리와 벽을 장식하던 NLD 상징물을 치운 모습이라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현재 미얀마에는 교민 3천5백 명가량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긴급 공지문을 올리고 교민의 외출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앵커]

각국 반응도 전해주시죠.

[기자]

어제 백악관 명의로 성명을 낸 미국은 오늘 또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을 내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것이며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호주와 국제 인권단체, UN 사무총장 등 서방 세계는 한목소리로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며 감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얀마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관계 개선에 공을 기울이는 인도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철권통치자가 이끄는 일부 동남아 국가는 미얀마 국내 문제라며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태국 군 장성 출신 쁘라윗 부총리는 "미얀마 국내 문제"라고 잘라 말했고 37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아세안 다른 국가의 국내 문제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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