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헌정사상 첫 판사 탄핵 가결 임박..법조계, 각하 가능성에 무게
[파이낸셜뉴스]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인 가운데 탄핵심판 절차와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임 판사 탄핵 추진과 관련해 "현 상황을 엄중하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탄핵 절차에 관해서는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했다.
■중대한 헌법 위반 여부 쟁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 국회 통과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높아진 상황이다.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헌정사상 첫 사례가 된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현재 민주당 의석 수(174석)를 고려하면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탄핵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데 탄핵 인용 땐 5년간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지고, 퇴직 급여도 일부 제한된다.
헌재 심판대에 이번 사건이 올라간다면 최대 쟁점은 임 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탄핵이 인용되려면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기준을 밝힌 바 있다. 그 예로 적극적·능동적·계획적으로 헌법상 법치주의와 민주국가 원리를 위배하거나, 뇌물수수나 부정부패 등의 법률 위반으로 국민 신임을 저버리는 경우 등을 들었다.
임 판사의 탄핵소추 사유로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회부 사건 등에서의 판결 내용 사전 유출 혹은 판결 내용 수정 선고 지시 등이 제시됐다.
법조계는 국회의 탄핵안 소추 절차에서 사실관계 조사가 생략된 점을 지적하며 현재로선 구체적인 헌법 위반 사유나 중대한 헌법 위반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시작된 이른바 '사법 적폐'에 대한 수사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 판사에 대해 지난해 2월 1심은 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관여한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배경이 됐다. 다만 임 판사가 불복해 2심 재판을 받고 있고, 당시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헌법 위반을 지적해 놓고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모순적 판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았던 것만큼 적어도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상당수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임 판사의 형사 1심 재판부가 위헌적인 부분을 언급했더라도 무죄 판단을 내린 만큼 과연 이를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연휴·구두변론 의무화로 퇴임 전 결론 미지수
임 판사의 남은 임기는 또 다른 변수다. 임 판사는 법관 임기 연장을 신청하지 않아서 이달 28일 퇴직을 앞두고 있다.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탄핵안은 과거 대통령 탄핵소추안보다 사안이 단순하다는 점에서 조속한 결론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탄핵심판 절차상 퇴직 전 결론에 이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법관이 아닌 상태에서 법관직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내리지 않고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재는 헌재법에 따라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임의규정인데다 탄핵심판은 서면심리가 아닌 반드시 구두 진술을 요하는 ‘필요적 변론사건’이어서 심리에 상당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헌재법 30조 1항은 '탄핵의 심판, 정당해산의 심판 및 권한쟁의의 심판은 구두변론에 의한다'고 규정한다.
또 다른 헌재 출신 법조인은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절차를 볼 때 정확히 임 판사가 구체적으로 헌법의 어떤 부분을 위반했는지가 불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헌재로 사건이 오더라도 본 심리에 앞서 준비절차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며 “게다가 구정 연휴까지 고려할 때 집중 심리를 펼친다 하더라도 임 판사 퇴임 전 까지 결론을 내리기는 물리적으로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각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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