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설 차례상은 간소하게..'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

배문규 기자 2021. 2. 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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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자가례>의 설 차례상.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

한국국학진흥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족 모임이 어려워진 올해 설에는 상차림을 과감히 개선해 차례상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았으면 한다고 2일 밝혔다.

제례문화 지침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음식을 차려두고 인사를 드리는 일종의 의식(儀式)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올린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고 한다. <주자가례>에선 설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나온다.

국학진흥원은 2017년부터 제례문화 현대화 사업을 위해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 차례상 음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 설 차례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에서는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5가지 음식을 차렸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와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았다. <주자가례>와 비교하면 차를 생략했고,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다.

하지만 일반 가정 차례상에는 평균 25~30가지 음식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가에 비해 5~6배나 많이 음식을 차린 것이다. 과일은 종류별로 별도의 제기에 각각 담았으며, 어류와 육류,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등이 추가됐다.

경북 안동 퇴계 이황종가 설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일반 가정의 설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명절과 기일에 행하는 차례와 제례는 조상을 기억하기 위한 문화적 관습이자, 오랜 기간 이어져온 전통일 뿐이다. 과도한 차례상 차림으로 가족간 갈등을 일으키고, 여러 사회문제를 초래한다면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국학진흥원은 지적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간소하게 장만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설 연휴는 코로나19 방역으로 가족들이 모이기 어려워졌는데 이번 기회에 차례상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자가례>와 종가에서 하는 것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하되,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 추가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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