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뚫고 나온 매화가 겨울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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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살아있다.
평생 흙을 화두이자 재료로 삼아온 임 작가는 캔버스에 흙을 잘 펴 바른 다음 그 위에 일필휘지로 나무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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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강남 갤러리나우
예술가적 숙명 보여주는
매화,은행나무 등 나무 연작
나무는 살아있다. 그의 매화는 찬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불러온다. 흙을 뚫고 피어 올린 임옥상(71)의 ‘풍매’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담은 대작 ‘광장에,서’가 지난 2017년 청와대 본관에 걸려 화제였던 화가 임옥상의 개인전 ‘나는 나무다’가 서울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2일 개막했다.
사회 참여적이며 정치 고발적 메세지가 분명한 작업들을 지속해 온 대표적 민중미술가인 그가 서정성 두드러지는 나무 작품만 모아 선보이기는 처음이다. 흙·종이·쇠 등의 재료로 땅·자연·역사에 대한 서사를 풀어내며 문명 비판적인 작업을 주로 선보이던 그가 숙명적인 예술가의 면모만 보여주는 진귀한 자리다.
작가는 지난 10월 지인의 제안으로 성균관 명륜당의 은행나무를 보러 갔고 ‘그리기’ 시작했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3개월째 씨름하던 차였고 유례없이 긴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는 작가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야 했고, 600년 은행나무의 기운이 절실했다”고 되짚었다. 전시장에 나온 ‘은행나무’에 대해 작가는 “선비의 색은 흰색임에도 유림 한가운데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노랑 은행나무가 선 까닭은 ‘찬란한 비움’의 단풍을 통해 ‘찬란한 채움을 약속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읊조렸다. 그의 은행나무는 하늘을 떠받쳐 올린다.
평생 흙을 화두이자 재료로 삼아온 임 작가는 캔버스에 흙을 잘 펴 바른 다음 그 위에 일필휘지로 나무를 그렸다. 새기고 긁듯 생명을 불어넣었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혔다. “나는 나무다. 나무로 산 지 오래다”고 말하는 그는 “먼저 배경은 완성하고 그 위에 매화를 심듯, 키우듯, 뿌리를 박듯, 그 힘이 솟구치듯 일필휘지로 그리는데 기운생동이 제일 강령이다”고 말한다. 조선 최고의 매화 화가라 불린 18세기의 우봉 조희룡을 압도할 정도로 나무 둥치에 꿈틀대는 기운이 스몄다.
전시 서문을 쓴 박수지 미술평론가는 “임옥상의 나무에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잎 한 장 없이도 나목(裸木)에 맹렬히 피운 꽃이 있을 뿐”이라며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듯, 나무의 벌거벗은 전신이 작가가 고르게 편 흙에 그 뿌리를 주고 있어, 이전의 한지 부조 작업이 ‘흙의 번안’이었다면 이제는 ‘흙으로부터의 흙’이다”고 분석했다.
‘홍매’ ‘풍매’가 감탄을 불러낸다. 64점의 나무 연작을 벽화처럼 모아 붙인 작품도 눈길을 붙든다. 28일까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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