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 닫게 하고 보상 안해"..전문가들 '거리두기 개편 ' 한목소리
권순만 교수 "문닫은 학교 등 사회비용"..코로나와 공존 모색할 때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지난 1년 동안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평가받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외국과 비교해 여러 측면에서 불공정하며, 집합금지 조치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 정책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2일 쏟아졌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가 장기간 문을 닫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을 초래한 만큼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감염병 전문가들이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LW컨벤션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 거리두기 대책이 '불공정하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은 코로나19 폭발 단계를 인구 10만명당 25명, 즉 1만2960명 수준으로 규정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너무 거리두기 단계를 과도하고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시행하면 확진자가 감소하지만,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가게) 문을 닫게 하고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거리두기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김윤 교수에 따르면 거리두기 강도를 숫자로 나타낼 경우 우리나라는 47인 반면 일본은 33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거나 재정적 요건을 고려해도 거리두기 보상이 박하다"며 "독일과 일본 등은 가게 문을 닫아도 생계 고민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는 최근에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밝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말한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거리두기 대책을 시행하면서 규제에 집중하는데, 실제 집단감염은 병원과 요양시설, 복지시설, 교회 등에서 다수 발생한다"며 "거리두기에서 주로 규제하는 시설은 확진자가 적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윤 교수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사랑제일교회, 서울 도심집회 사례를 열거하면서 "과연 거리두기와 상관이 있으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 감염관리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확진자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며 "코로나19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며, 올해 최소 한두 번은 재유행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희생도 화수분이 아니다. 적절한 수준에서 거리두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현행 거리두기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지속 가능한 거리두기가 되려면 방역을 강화하는 조치뿐만 아니라 교육과 빈곤 등 사회적 문제를 아우르는 고민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만 교수는 "방역 강도를 높이면 확진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데, 꼭 그런 연관성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거리두기가 단계에 너무 매몰됐다고 평가했다.
확진자 규모에 따라 2단계와 2.5단계, 3단계 격상만 바라보는데, 그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권순만 교수 생각이다. 이를테면 국민 이동량 감소가 더디더라도 마스크를 잘 쓰면 확진자가 줄어들 수 있다. 또 특정 단계를 넘어서면 거리두기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이런 상황마다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순만 교수는 "현재 거리두기는 효과만 볼 뿐 어떤 비용으로 이어지는지는 고민이 적었다"며 "경제와 건강, 보건이 함께 상생하는 방역과 거리두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거리두기에서 환자가 아닌 국민을 봐야 한다. 유급휴가 등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하고 영업을 제한한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도 당연히 해야 한다"며 "그 근거가 없으면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중했다.
권순만 교수는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유지하려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질병(코로나19)과 같이 사는 것이고, 없어질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거리두기 대책에 대한 정책 거버넌스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 인사말을 대독한 손영래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거리두기를 세분화할수록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개편하기 위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듣고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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