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에 '북한=적' 또 빠져..日 동반자→이웃국가, 中 '사드갈등' 삭제

손덕호 기자 2021. 2. 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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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국방백서에서 "北 정권과 군은 우리의 적" 삭제
日 표현 격하…日 방위성도 '한국과 폭넓은 협력' 삭제
中 사드 대신 文대통령-시진핑 주석 정상회담 등 기술
전작권 전환 온도차 속 '가속화' 문구 추가

국방부가 2일 '2020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로 발간된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일본에 대해서는 '동반자' 대신 '이웃 국가'로 기술했고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은 빠졌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부각된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가속화' 문구가 추가됐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의 주권 침해하는 세력 적으로 간주"…北 지칭 안 해

국방부는 이번 국방백서에서 직전 판과 마찬가지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는 문구는 2018년과 동일하게 남겨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2018 국방백서'에선 과거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했던 문구를 공식 삭제하고, '적'을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규정했다. 이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 차를 맞아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기술엔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2019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지난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8차 당대회 열병식을 계기로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잇달아 공개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백서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주적'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2004년 국방백서부터는 주적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계기로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다. 다만 당시에도 '주적'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1월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악화한 한일관계 반영…'한중 관계 정상화'는 기술

이번 국방백서에서는 주변국과의 국방교류협력 관련 기술에서 올해도 일본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술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라고 표현했다. 이전 백서에서는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기술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한 한일관계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백서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독도 도발,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관계가 난항을 겪었고,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를 조건으로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현안 문제에서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는 한편, 공동의 안보현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일본 방위성도 지난해 7월 내놓은 '2020 방위백서'에서 한국을 기술하며 '폭넓은 협력'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이번 국방백서에는 대중 협력과 관련 사드 배치로 갈등을 빚었던 2016년 상황은 삭제했다. 대신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한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이 기술됐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한미간 전작권 전환 온도차…'가속화' 추가

국방부는 이번 국방백서에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은 책임국방 실현'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 검증을 위한 3단계 연합검증평가 시행 진행 상황도 비교적 상세히 기술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목표는 이전 백서에서도 기술된 것이지만, '가속화'라는 표현이 두 차례 추가됐다.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상황으로 연합검증평가가 차질을 빚고 있고, 전작권 전환 추진 속도를 둘러싸고 한미 간 온도차가 감지되는 현 상황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방백서에는 '전시 작전수행능력 향상' 관련 기술에서 '연합야외기동훈련(FTX)'과 관련, "'연중 균형되게 연합준비태세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하에 (중략) 다양한 추가 훈련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연합작전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설명도 새로 등장했다. 2018년 이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독수리(FE) 훈련 폐지 등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이 사실상 실시되지 않으면서 제기되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해 국내 실시 기준으로 육군 29회, 해군 70회, 공군 66회, 해병대 7회의 한미연합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 '9·19 군사합의 의의와 이행성과'를 비롯해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자 도입',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우리 군의 코로나19 대응' 등 국방성과로 자체 평가하는 사안들은 '특별부록'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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