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만 "거리두기 단계에만 매몰..환자 감소 실증적 근거 없어"
"거리두기→환자 감소 실증적 근거 없어..피로도 고민해야"
"강제 영업제한 당연히 보상 당연..유급휴가 등 제도 필요"
[세종=뉴시스]이연희 임재희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매몰돼 있다는 보건행정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거리두기 동참을 유도하려면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 필요하며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국보건행정학회장)는 2일 오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주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지속가능한 코로나19 대응정책을 위하여'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권 교수는 "당국의 정책이 거리두기 단계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2단계, 3단계 등은 우리 정책 당국이나 위원회를 통해 만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각의 단계 안의 어떤 구성 요소가 효과를 나타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특성상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국민들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사회·심리적 요인,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민을 통해 최적의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거리두기) 정책의 방역 강도를 나타내는 GSI(Government response Stringency Index) 지표의 변화추이를 분석한 그래프를 제시했다. 그래프에 따르면 GSI는 지난해 2월 대구 신천지에서 1차 유행이 촉발된 직후에는 60 이하에 머물렀으나 이후 3~4월 80까지 높아졌다. GSI는 4월 이후 50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후 대체로 60 수준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10~11월 중순에는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조치에 따라 50 아래로 감소했으나 11월 말부터는 다시 60 이상으로 꾸준히 올랐다.
거리두기 단계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11월 중순 이후 3차 유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꾸준히 높아졌지만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기까지 국민의 이동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2단계로 격상해도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고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그 이유는 무엇인지 거리두기 자체에 대해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을 가부장적 관점에서 '참여 안 한다'고 비판하면 안 되고,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일용직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을 그 예로 들었다.
권 교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증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도록 설득할 때에는 위험도 평가(risk assessment) 등 논리와 근거가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전원 마스크를 쓰는 도서관과 복지관 시설이 우선 문을 닫는 조치는 행정편의적 조치이며, 식당은 허용하면서 카페는 금지하는 조치는 논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봤다.
권 교수는 "사실상 거리두기가 확진자 수를 얼마나 줄였는지 실증적 근거가 없다"면서 "거리두기를 아예 안하는 것은 엄청난 파국을 불러 일으키겠지만 완벽하고 완전하게 봉쇄할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그 중간단계인데 그게 어떤 것인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쳐 올 때 근거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거리두기) 피로도에 따른 고민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날 "유급병가, 상병수당 등 제도적 장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강제 영업 제한을 했으면 당연히 정부에서 보상해야 한다. 보상은 지원에 앞서는 개념으로, 법적 근거가 없으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외면하고 보상책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를 과소평가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향후 참여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방역 전문가들이 질병 특성에 대한 위험도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산출하고 대응정책의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역할을 수행하고, 일반 국민들은 이에 따라 우선순위를 고려해 가치판단을 내리면 자발적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는 구상이다.
그는 "'질병과의 공존'은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acceptable risk)에 대한 가치판단과 사회적 합의 사안"이라면서 "근본적으로 정책결정 거버넌스가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공론화하지 않으면 방역정책은 실패한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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